서울대병원 정형외과 한혁수 교수는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보존형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생체역학적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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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인공관절은 로봇 수술을 활발하게 적용하는 분야다. 로봇은 정교한 기계적 절삭으로 손상된 부위만 자르는 초정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지원한다. 요즘엔 섬세한 술기로 건강한 뼈·인대를 보존하는 수술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고령층의 신체적 부담을 줄여주면서 생체역학적으로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무릎 운동성 복원이 선호된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한혁수 교수에게 최신 무릎 인공관절 수술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그는 국내 최초 1세대 마코 로봇 수술 교육 의사 중 한 명이다.
Q : 언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하나.
A :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퇴행성 관절염을 오래 앓으면 위아래 무릎뼈는 물론 주변 근육·인대·힘줄 등 연부 조직까지 심하게 뒤틀리면서 변형된다. 말기 퇴행성 관절염 단계에 주로 수술하던 한국은 연부 조직 변형이 심해 위아래 다리뼈를 단단하게 연결해 무릎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십자인대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방사선학적 질병 진행 상태뿐 아니라 나이, 전신 상태, 동반 질환, 합병증 발생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빅데이터로 분석·예측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 시점을 개별화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무릎관절 주변의 연부 조직 구축이 심해지기 전에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면 후방십자인대를 제거하지 않아도 돼 관절 안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고유수용감각을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 미국 등 의료 선진국을 중심으로 로봇 수술이 보편화하면서 새롭게 주목하는 개념이다.”
Q : 똑같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인데, 무릎관절 주변의 뼈·인대를 살리는 것이 왜 중요한가.
A : “아무리 무릎관절을 인공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원래 사람 무릎에 있던 관절보다 나을 수는 없다. 그래서 무릎관절 주변의 뼈든, 인대든, 연골이든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살리는 최소침습적 수술이 바람직하다. 요즘엔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에서도 활동적인 삶을 원하면서 수술 시점이 앞당겨졌다. 무릎관절의 상태가 예전보다 나아지면서 무릎의 인대·뼈를 보존하는 데 유리한 보존형 인공관절 수술을 시도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고유수용감각이 분포한 후방십자인대를 보존하는 보존형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보다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보존형 인공관절 수술의 임상적 근거도 많아지고 있다. 2023년 미국 관절 치환술 등록 레지스트리 연례보고서(AJRR, 2023)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인공관절 제품에 따른 재수술을 살펴봤더니 보존형 인공관절은 대치형 대비 재수술 비율이 더 낮았다. 다만 말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관절 손상이 심할 땐 어쩔 수 없이 무릎 후방십자인대까지 제거하는 대체형 인공관절 제품을 써야 한다.”
Q : 로봇 인공관절의 보편화로 보존형 무릎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해졌다고 들었다.
A : “그렇다. 보존형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뼈를 절삭하는 과정에서 인대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섬세한 수술 테크닉이 필요하다. 최근 로봇을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늘면서 골 절제량은 줄이면서 후방십자인대까지 보존하는 수술적 접근이 가능해졌다. 로봇으로 무릎뼈를 3차원 영상으로 시각화·수치화해 개개인의 무릎 상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뼈·근육·인대 등을 잘라낼 때도 안전 구역인 햅틱 존 설정으로 정밀 절삭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난 변화다. 최소 절개로 수술 후 통증을 줄이고 회복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로봇을 활용하는 의사의 역량에 따라 수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로봇으로 수술해도 정밀 절삭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일반 수술과 다를 바 없다.”
Q : 인공관절을 오래 쓰려면 어떤 것이 중요한가.
A : “무릎관절은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다.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편한 것처럼 무릎 인공관절 수술도 개인화(Personalization) 치료가 중요하다. 무릎뼈 절삭 정확도가 높은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엉덩이·무릎·발목으로 이어지는 하체 중심축의 균형을 맞추면서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정렬을 찾는 데 유리하다. 일률적으로 11자 모양으로 맞추면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다. 운동역학적으로 개개인에게 맞는 하체 정렬 범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Q : 무릎 통증이 심해도 인공관절 수술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A : “안타까운 일이다. 관절의 점진적인 퇴행적 변화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는 관절 기능을 유지하면서 변형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현지 진행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하면서 무릎 통증으로 덜 움직이면서 신체 활동량이 줄면 자연히 전신 상태가 나빠진다. 운동 등 신체 활동량이 줄어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악화하기도 한다. 관절을 지탱하는 근육도 약해져 무릎 통증도 더 심해질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이 부르는 연쇄 작용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요즘엔 70~80대도 통증을 참거나 부작용이 많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지내기보다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시도하는 것이 전신 건강에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면 안전하고 빠른 재활이 가능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도움될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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