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러시아 극동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400여명의 병력이 운집해 있는 모습. 사진 국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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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북한이 지상군을 대규모로 파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그간 한·러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비살상무기만 지원해왔던 정부의 방침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대통령실은 "이 같은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정원은 이날 기자단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해당 기간 북한의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특수부대원 1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 완료했고,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대북 소식통은 "북한군은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 소속 4개 여단(1만여명 규모) 병력을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평남 덕천시에 주둔 중인 폭풍군단은 예하에 총 10개 여단(저격여단 3개, 경보병여단 4개, 항공육전여단 3개로 구성)을 두고 있으며, 수도권 및 후방 침투 임무 등을 수행하는 특수전 부대다.
올해 16일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240여명 규모의 북한군이 운집해 있는 모습. 사진 국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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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함대(수송 지원)의 북한 해역 진입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또 러시아 공군 소속 AN-124 등 대형 수송기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의 여러 부대에 분산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국정원의 관측이다.
국정원은 또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 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의 위조 신분증을 발급 받았다"며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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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추정 인물 사진도 공개
동해상 러시아 상륙함의 북한 병력 수송활동 지도. 국정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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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 중인 북한군 추정 인물의 사진도 공개했다. 이 인물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인근에서 포착됐는데,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장에서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 러시아 군복을 입고 있었다. 국정원은 "(사진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 협력해 입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을 거쳐 분석한 결과, 이 인물은 지난해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 미사일 생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을 수행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의 얼굴과 80% 일치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이는 분석상 동일 인물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미사일 기술자들이 북한제 미사일 발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술적 문제점을 확인하고 추가 기술 확보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남측을 겨냥한 무기들에 대한 ‘실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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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00여만발 이상 지원"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재래식 무기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국정원은 "북한과 러시아를 오간 화물선에 선적됐던 컨테이너 규모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122mm·152mm 포탄 등 총 800여만 발 이상이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KN-23' 미사일이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 공격에 활용됐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간 해외 언론들이 제기한 '러·북 직접적 군사협력' 의혹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우방국과의 긴밀한 정보 협력을 통해 러·북 군사협력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군이 획득한 북한제 KN-23 잔해의 모습. 사진 국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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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는 정부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 공조를 확대해 북·러를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북·러 양쪽에 추가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정부는 대러 제재의 일환으로 외교관 추방이나 양국 민간인 교류 제한 등 다양한 층위의 독자 제재 수단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피터 스타노 유럽연합(EU)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러시아의 불법적 전쟁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법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EU는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한 혐의로 올해 2월 강순남 전 북한 국방상과 미사일총국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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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제재와 더불어 러시아가 극도로 민감해 하는 '살상 무기 지원 검토'도 테이블에 올려 두겠다는 입장이다.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꾸준히 한국 정부에 대공 방어 무기인 패트리엇은 물론 포탄 등의 지원을 요구해왔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본격적으로 무기 지원을 한다면 '방어용 무기→공격용 무기'로 지원 수위를 높여 갈 수 있다. 방어용의 경우, 국산 지대공 요격미사일인 '천궁-Ⅱ' 등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만일 공격용 무기를 지원한다면 ▶포탄과 같은 소모성 무기,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 정밀 전술 무기, ▶러시아 본토를 타격권으로 하는 전략급 무기 지원 등으로 강도를 점차 높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런 무기 지원 결정은 정부가 최대한 '마지막 카드'로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앞서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결정의 '레드라인'은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핵·미사일 관련 핵심 기술 이전이라고 밝혔다"며 "북한군의 파병이 이 기준에 해당하는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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