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조사한 아동 성 학대 보고서 핵심 권고안 허울만
"쓸모없는 법보다 더 나쁜 것" "실질적 처벌 방안 없어" 반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내각 초기 흑인 최초로 외무·영연방부(외무) 장관에 임명된 제임스 클레버리(53) 전 교육장관 2022.09.06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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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정부가 아동을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교사, 의사, 간호사 등 핵심 직군을 배제해 시민단체와 학대 생존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법안은 지난 7년 동안 진행된 아동 성 학대 독립조사(IICSA)의 권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10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가 지난 2월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부 장관은 성범죄자로부터 아동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법안은 교사나 의료진, 아동복지기관 관계자 등을 포함해 아동보호법에 따라 어린이의 안전과 보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직군이 아동 성 학대 사실을 알게 되면 신고하도록 법률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신고를 의도적으로 막거나 은폐하면서 아동 학대자를 보호할 경우 7년 징역형을 제시했다.
이는 아동 성 학대 독립 조사(IICSA) 보고서에 따른 핵심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가 아동 성적 학대 범죄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약 3개월 뒤에 발표된 수정안에 따르면 7년 형은 외교관과 군대 등 '왕실 공직자'만 적용됐는데 이들 가운데 아동과 함께 일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학교장, 축구 클럽 감독, 보육기관 임원 등은 아동 성 학대 신고 의무를 요구하는 법망을 빠져나가게 됐다. 게다가 학대 의심이나 징후에 대한 보고도 의무화하지 않았다.
아동 학대를 목격하거나 학대 장면을 촬영한 사진, 아동이나 학대자의 폭로와 같은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만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규정했다.
정부가 신고 의무 대상자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군을 대거 배제하고 학대 의심 정황도 신고 의무 사항에서 제외하자 아동 학대 방지 캠페인을 추진해 온 활동가들과 변호사, 학대 생존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대 생존자를 위한 지원단체인 보이시스 언바운드의 마이클 커스턴은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동 성 학대 신고를 의무화한 정부의 형사법 개정안이 모순적인 사기극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쓸모없는 법보다 더 나쁜 것"이라며 "해당 법안은 학교와 보육원, 병원, 스포츠클럽 등 모든 기관에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대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자이자 캠페인 저자인 알렉스 랜튼도 "실질적인 처벌 방안이 없다"며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봐도 효과적인 아동 보호를 위해서는 신고 불이행에 대한 명확한 제재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법안에는 다른 사람의 신고를 막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재도 명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2년 10월 발표된 아동성학대 독립 조사(IICSA) 보고서는 최종 권고 사항 20개 가운데서도 세 가지 핵심안을 강조했는데 최우선 순위가 바로 '아동 성 학대 신고 의무화 도입'이었다.
보고서는 아동 성 학대를 인지할 가능성이 높은 특정 직군 종사자들에게 법적으로 신고할 의무를 부여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 범죄로 간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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