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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알리보다 5배 비싸다고?"…이커머스 가격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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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국내 이커머스, 가격 못내리는 이유
오픈마켓 제품, 가격 통제 못 해
정식 수입 시 통관·인증 비용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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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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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가격이 문제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은 쿠팡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이기도 합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쿠팡이 7분기 만에 순손실로 전환한 게 이슈였는데요. 저는 실적 발표와 함께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한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날 김 의장은 쿠팡의 실적 부진과 C-커머스를 연관지으며 "유통업계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으며, 소비자들은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면서 "고객은 구매할 때마다 새롭게 선택을 하고, 더 좋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소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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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해외 직구 중 중국 직구 비중/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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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강조해 왔던 '락인효과'를 통한 충성고객 만들기가 알리·테무 발 초저가 전략 앞에서 무너졌다는 걸 시인한 셈입니다. 결국 소비자는 조금 귀찮더라도 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서비스를 찾게 된다는 거죠.

지난해 한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알리익스프레스가 단숨에 업계 2~3위권 플랫폼으로 떠오르게 된 것 역시 국내 이커머스나 대형마트와 똑같은 제품을 20~30% 수준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게 알음알음 알려지면서입니다. 유튜브와 트위터 등 SNS에서는 국내 플랫폼과 알리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도 했죠.

국내에서 1만원에 판매하는 슬리퍼를 알리에서 1000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국내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었는데 알리 때문에 눈을 떴다", "그동안 중국에서 물건 떼다가 팔기만 하면서 중간 마진을 엄청나게 붙였다" 등 국내 이커머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한국서 사면 비싼 이유

그렇다면 국내 이커머스들은 왜 알리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고 있을까요. 정말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구입하면 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때 통관 절차가 간소화됩니다. 관부가세와 식약처 검사가 면제되고 전자제품의 경우 KC인증도 받지 않아도 됩니다. 개인이 사용할 용도의 제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모든 제품을 검사하는 건 행정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수입업체가 대량의 제품을 판매용으로 들여올 때만 검사를 하기로 한 거죠.

그런데 국가가 전자제품 수입에 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수입 제품들의 안정성을 계속해서 검사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바로 '안전'때문입니다. 여러 수입 절차를 거치면서 안전성을 인정받는 겁니다. 알리에서 구매한 제품과 국내 이커머스에서 구매하는 제품의 가격에 차이가 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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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물질이 검출된 중국 직구 상품/사진=관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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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들어 여러 차례 알리와 테무 등에서 판매하는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71개 어린이 제품을 조사했는데요. 41%인 29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크록스에 다는 장신구인 지비츠에서는 어린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프탈레이드계 첨가제가 기준치의 348배 초과했고요. 발암물질인 납도 33배 초과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조물딱거리며 만지고 노는 점토에서는 기준치의 39배가 넘는 붕소가 들어 있었죠.

지난달 말 관세청도 해외직구 제품 252종을 조사해 이 중 15%인 38종에서 카드뮴과 프탈레이드계 가소제가 검출됐습니다. 한 액세서리는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전체 함량의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발암물질 덩어리'라는 말이 비유가 아닌 셈입니다.

반면 정식 수입된 제품 75점을 검사했더니 기준치 이상의 유해성분이 나온 제품은 1개에 그쳤습니다. 꼼꼼한 통관 절차가 제 몫을 했다는 방증이고요. 정식 수입 제품의 다소 높은 가격은 '안전 비용'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가격에 손 못 대

이커머스의 가격 책정에 대한 다른 종류의 비판도 있습니다. 똑같은 제품도 판매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왜 쿠팡이나 G마켓, SSG닷컴 같은 플랫폼들이 가격을 단속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동일한 모델의 청소기가 어디서는 100만원, 어디서는 150만원인데 모바일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사례를 한 번 볼까요. 쿠팡에서 최근 인기 절정인 로봇 청소기인 '로보락 S8 프로 울트라' 제품을 구매해 보겠습니다. 쿠팡이 직접 판매하는 로켓배송 제품은 154만4990원인데요. 판매자가 직접 배송하는 동일 모델 제품은 같은 페이지에서 268만원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커머스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동일 제품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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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판매 중인 동일 모델 로봇청소기/사진=쿠팡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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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이유가 있습니다. 이커머스는 오픈마켓 형태로 입점하는 판매자에게 가격 조정이나 판매 중단 등을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대기업인 이커머스가 중소 상인인 판매자에게 가격을 낮춰서 판매할 것을 강요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커머스가 가격이나 판매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년 전 이슈가 됐던 욱일기 판매나 초소형카메라, 성인용품 등 유해상품으로 판단되는 경우 판매를 중단하기도 합니다. 또 먹태깡, 포켓몬빵 등 품귀 현상이 벌어진 제품을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판매가를 낮출 것을 요구하거나 판매를 중단토록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알리나 테무와 경쟁하는 국내 이커머스들로서는 판매자들을 압박해 가격을 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 앞서 김범석 의장이 말했듯, 가격만큼 확실한 경쟁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격에 마음대로 손을 대지 못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만도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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