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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서울 아파트 한 채 물려줘야 중산층?"... 현실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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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세법개정안]
최고세율·과표·공제 고친다는 정부
근로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아져
순자산 10억 이상 가구 10.3%뿐
"0.005% 위해 내린다" 비판
한국일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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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5일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상속세 개편 필요성으로 '중산층 배려'를 들었다. 중산층이 상속세 부담을 호소하니 ①최고세율(50%) 삭제 ②과세표준 조정 ③공제 상향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상 수치나 상속세 결정 현황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언급한 중산층과 실제 중산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가 '부자 감세'를 '중산층 혜택'으로 포장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0.005% 위해 최고세율 10%포인트 인하?

한국일보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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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최고세율 50% 구간 삭제가 먼저 거론된다.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넘을 경우 세율 50%를 적용하던 것을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에 대해 최고세율 40%를 일괄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로 인해 근로소득세 최고세율(10억 원 초과 45%)이 더 높아진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아무런 노력 없이 상속한 재산에 매기는 최고세율이 노동으로 얻은 소득에 대한 최고세율보다 낮은 게 합당한가"라고 반문했다.

‘초부자 감세’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작년에 최고세율이 적용된 피상속인은 2,172명으로 전체 피상속인의 0.1%, 우리나라 인구의 약 0.004~0.005%에 불과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면, 약 2,400명이 혜택을 보고 1조8,00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세수 보완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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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가운데)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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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 한 채 있어야 중산층?


②과표 조정과 ③공제 상향(자녀 공제) 역시 이견이 적잖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에 사는 중산층 부모가 자녀에게 아파트 한 채를 물려줄 때도 상속세를 물게 되는 건 과하지 않냐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며 "특히 자녀 세액공제를 올려 서민 중산층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서울에서 매매된 아파트 평균 가격은 12억1,278만 원이다.

정부가 제시한 예시의 아파트값은 이보다 훨씬 높다. '상속재산이 17억 원일 경우 기초공제(2억 원)에 자녀가 2명(각각 5억 원 공제)이고 배우자 공제(5억 원)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상속세가 0원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17억 원의 아파트(공시가 기준)를 소유했거나 이를 상속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기준 총 상속재산이 10억 원 초과 20억 원 이하인 피상속인 수는 8,305명이었다. 각종 공제 뒤에도 해당 금액을 상속한 이는 2,618명으로 줄어든다.

서울 내 격차도 크다. 5월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집값이 가장 비싼 서초구는 아파트 평균 가격이 27억7,147만 원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도봉구(6억2,624만 원)와 비교하면 4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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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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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여러 지표가 가리키는 '중산층'은 정부 인식과 괴리가 있다. 2024년 기준 중위소득(모든 가구의 소득을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은 2인 월 368만 원, 3인 471만 원, 4인 573만 원이었다.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2,727만 원이고, 순자산(부채를 뺀 자산)은 4억3,540만 원이다. 순자산 10억 원 이상인 가구는 10.3%뿐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독 높은데, 그중에서도 서울 특정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라 이곳에 집이 있는 고위층 등이 상속 시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그간 1%만 내던 상속세를 이들이 내게 됐으니 상속세를 고치자는 건데, 실제 중산층이 얼마나 이 혜택을 받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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