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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버려진 아이입니다"…유기견 옆엔 시한부 견주의 '통곡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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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모찌 견주가 남긴 편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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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말기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을 유기한 견주의 사연에 네티즌들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LCKD는 9일 인스타그램에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탄천 인근 공영주차장에 버려진 아이’라며 유기견 ‘모찌’의 사진과 편지를 공개했다. 모찌는 2017년생, 14.6kg의 암컷 믹스견이다.

‘모찌’와 함께 발견된 4장의 편지에는 견주의 부득이한 유기 사연이 빼곡히 적혀있다. 편지 봉투엔 ‘모찌가 있는 곳에 항상 행운이 함께 하기를’이라고 적었다.

견주 A씨는 “5년 전 가족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내고 한순간 혼자 남겨진 삶이 힘들어서 놓고 싶을 때도 저만 바라보는 모찌를 보며 버텨왔다”며 “가족을 잃은 지옥 같던 저의 삶에 유일한 기쁨이자 행복이었던 아이”라고 했다.

이어 “모찌는 가족과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 저에게는 가족 그 이상으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삶의 이유”라고 썼다.

A씨는 “먼저 보낸 가족들 몫까지, 끝까지 품에 안고 지켜주고자 다짐했는데 제가 위암 말기, 이미 (암세포가) 다른 곳까지 전이가 돼 시한부 판정을 받아 이 아이보다 먼저 가야 한다”라며 “가족 곁으로 가는 건 무섭지 않으나 혼자 남을 모찌가 눈에 밟혀 몇 달간 여기저기 키워주실 수 있는 분을 찾고 또 찾으며 헤맸으나 제가 잘못 살아온 것인지 아무도 키워주겠다는 분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없는 집에서 저만 기다리다 굶어 죽는 게 아닌,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렇게 두고 간다”며 “착하고 순한 아이다. 겁이 많고 예민한 건 제가 더 사랑을 주지 못한 탓이다. 제발 저희 모찌를 거둬달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가족이라 죄송하다”며 “저도 살고 싶다”고 썼다.

A씨는 편지에 모찌의 건강상태와 병력, 성격, 좋아하는 음식 등도 꼼꼼하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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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 견주가 남긴 편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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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편지 마지막 장에는 모찌에게 전하는 말을 적었다.

그는 “사랑하는 모찌야. 살아야 한다, 꼭 살아야 해. 말 잘 듣고. 사랑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알았지? 사랑해. 우리 딸”이라고 썼다.

편지는 “감사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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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보호소에 있는 모찌.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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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D는 “시 보호소에 입소한 아이는 마음의 문조차 열지 않고 있다”며 “아마도 한평생의 세상이었던 주인과 헤어져 그리고 이제 안락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아이가 처한 현실이 그저 가슴 아프다”고 알렸다.

모찌는 지난달 29일부터 안락사가 있는 시보호서에 입소해있다. 모찌의 입양공고는 9일까지였다.

LCKD는 10일 “시보호소에 입소한 아이라 안락사가 있지만 안락사를 지연시키고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 최대한 상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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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 발견 당시 장면.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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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 네티즌은 댓글에 “주인분은 며칠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고 들었다”고 견주의 상황을 전했다.

이외 네티즌들은 “아픈 몸으로 여기저기 알아보신 것 같은데 대형견이라 쉽지 않았을 것이고. 매일 산책시키고 진심으로 막내딸로 키워오신 게 한글자 한글자 묻어난다” “편하게 눈도 못감으셨을것 같은데…” “너무 걱정되고 간절하고 슬픈 맘이 다 느껴진다” 등 안타까운 마음을 댓글에 달았다.

해당 글은 인스타그램에서 1만 2000개 넘는 ‘좋아요’ 수를 기록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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