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위암 시한부 판정…우리 모찌 살려주세요" 누리꾼 울린 견주 편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짐·편지와 함께 유기된 강아지 사연 전해져

"몇 달간 키워줄 사람 구했으나 없었다"

위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을 두고 간다는 한 견주의 편지가 전해져 많은 누리꾼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5년 전 교통사고로 가족들 떠나보내고 모찌 보며 버텨왔는데…위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

아시아경제

견주가 반려견 모찌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좌),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탄천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편지, 짐과 함께 발견됐다는 유기견 '모찌'(우). [이미지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동물보호단체 LCKD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탄천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편지, 짐과 함께 발견됐다는 유기견 '모찌'의 사진이 올라왔다. 모찌는 암컷으로, 2017년생 믹스견 종이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서 녀석은 주차장 안쪽 가드레일에 묶인 상태였으며, 옆에는 푹신한 쿠션 방석, 사료, 간식 등이 발견됐다. 입마개가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입마개를 한 채 이곳에 버려졌지만 벗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발견된 4장 분량의 편지에는 모찌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견주의 마음이 담겼다. 견주 A씨는 "먼저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의 가정에 평안이 항상 깃들기를 기원한다"며 "처음 데리고 온 날 말랑거리고 이쁘게 생겼다며 애들이랑 이름 지으며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5년 전 가족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내고 한순간 혼자 남겨진 삶이 너무 힘들어 삶을 놓고 싶을 때도 저만 바라보는 모찌를 보며 버텨왔다"라며 "가족도 잃고 지옥 같던 저의 삶에 유일한 기쁨이자 행복이었던 아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먼저 보낸 가족들 몫까지, 끝까지 품에 안고 지켜주자"라고 다짐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A씨는 "제가 위암 말기, 이미 (암세포가) 다른 곳까지 전이가 돼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 아이보다 먼저 가야 한다더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 곁으로 가는 건 무섭지 않으나 혼자 남을 모찌가 눈에 밟혀 몇 달간 여기저기 키워주실 수 있는 분을 찾고 또 찾았지만, 아무도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 없는 집에서 저만 기다리다 굶어 죽는 게 아닌,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렇게 두고 간다"며 "제발 저희 모찌를 거둬달라. 살려달라"라고 애원했다.

"사랑하는 모찌야, 살아야 한다" 마지막 편지…보호단체, "안락사 있는 보호소, 모찌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길"
아시아경제

견주가 반려견 모찌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이미지출처=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못난 가족이라 죄송하다"며 "모찌만큼은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듬어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모찌의 건강 상태와 병력, 알레르기, 성격, 좋아하는 음식 등 모찌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적었다. 그러면서 A씨는 마지막 장에 모찌를 향한 짤막한 편지를 남겼다. 그는 "사랑하는 모찌야. 살아야 한다, 꼭 살아야 해. 말 잘 듣고. 사랑받으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알았지? 사랑해. 우리 딸"이라며 절절한 마음을 전했다.

단체는 "보호소에 입소한 아이는 공고가 끝나도록 바뀐 환경이나 가족과의 이별로 인해 마음의 문조차 열지 않고 있기에 어떤 선택이 기다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아마도 한 평생의 세상이었던 주인과 헤어져 그리고 이제 안락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아이가 처한 현실이 그저 가슴 아플 뿐이다"라며 "저희가 봉사하는 시 보호소는 공간이 늘 한정적이라서 얼마만큼 시간이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꼭 살아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모찌는 9일 자로 공고가 종료됐다.

해당 글은 인스타그램에서만 1만1000개 넘는 '좋아요' 수를 기록했으며, 각종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됐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견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감히 상상도 못 하겠다", "모찌가 제발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길 빈다", "한 글자 한 글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걱정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견주의 사연이 너무 마음 아프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