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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尹 "송구·부족" 김 여사 명품백 첫 사과…특검엔 반대했다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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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의 어려움이 쉬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습니다.”

9일 “요즘 많이 힘드시죠”로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부족(6번)·미흡(3번)·사과(1번)·송구(1번)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과거 대국민 담화 등에서 주로 성과를 부각하면서 야당에 각을 세웠던 모습과 달랐다.

생중계된 이날 회견은 오전 10시 용산 청사 집무실에서 ‘국민보고’라는 제목의 대국민 메시지를 먼저 22분간 발표했다. 이어 기자들이 있는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분야에 걸친 20개 질문에 답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와의 질의응답은 예정된 시간(60분)을 넘기며 73분간 진행됐다.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의 회견이었다.

짙은 남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을 한 윤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에서 “저와 정부부터 바꾸겠다”며 “어떤 질책과 꾸짖음도 겸허한 마음으로 더 깊이 새겨듣겠다”며 몸을 낮췄다. 그의 책상 앞면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를 새긴 명패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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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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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와 관련한 첫 질문에 “국정 운영의 평가인데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를 만드는 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정권심판론이 몰아친 이번 총선의 민심을 인정하며 총선 패배의 원인을 윤 대통령 본인에게 돌린 것이다. 국민의힘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는 총선 직후 열린 국무회의(4월 16일)에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 것과 크게 달랐다.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선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KBS와의 대담 때는 명품백 의혹을 “몰카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며 “(명품백을 건넨 이를)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아쉽다”라고 했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선 패배 이후 급격한 지지율 하락과 차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몸을 낮추면서도 야당이 몰아붙이고 있는 특검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백 의혹을 겨냥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특검은 검·경 공수처 같은 기관의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정치 공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정도 사실상 저를 타깃으로 (주가 조작 사건을) 치열하게 수사했다”며 “그런 수사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에 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도 여전히 할 만큼 해 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라며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니 검찰 수사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입장도 비슷했다. 먼저 윤 대통령은 채상병 사건에 대해 “장래가 구만리 같은 해병이 대민 작전 중에 순직한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부 장관에게 ‘생존자를 구조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수습하는 것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인명 사고가 나게 했느냐’고 질책성 당부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수사하면 다 드러나게 돼 있다”며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거 민주당이 주도해서 만든 공수처 등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미진할 경우 특검을 하자는 의미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이다.

채상병 사건은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공수처 수사로 출국금지인 상태에서 호주 대사로 임명돼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는 인사 검증을 하는 정부 기관에서도 전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보안 사항이고 유출되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져서 소환하거나 조사가 진행됐다면 인사 발령을 낼 때 재고할 수 있었다”면서 “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공직 인사를 하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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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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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6220자 분량의 대국민 메시지 중 지난 2년의 성과를 설명하는 부분은 1990자로 3분의 1에 그쳤다. 나머지 3분의 2는 향후 3년간의 국정 운영 방향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민생’을 14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서고 중산층은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도록,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저와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선 최측근으로 통하다 최근 갈등설이 불거진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한 질문은 두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저와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왔다"며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담 성사 과정에서 불거진 ‘비선 논란’ 등에 대한 질의응답은 없었다.



현일훈ㆍ강보현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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