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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용산 소통령’ 될 기회, 국민공감부터 얻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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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오늘 취임 2년 회견…각계의 제언



중앙일보

윤석열


윤석열(얼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10일)을 맞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기자회견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에 집무실에서 20분 정도 분량의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다. 이때 저출산 대책과 함께 지난 2년간 국정 성과와 남은 3년간의 국정 운영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해 한 시간가량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다. 윤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기자회견에선 해병대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제2부속실 설치 등 민감한 현안에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선 이번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만큼은 소통과 국정 기조, 야당과의 협치 등 모든 부분에서 윤 대통령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다시 실망감을 준다면 국민은 마음을 닫아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대선캠프 출신), 김형오·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원로), 신각수 전 주일대사와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정치학 교수(외교안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 교수와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 교수(경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정치평론) 등 전문가 10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 2년을 되돌아봤다. 국내 정치에선 소통·통합 미흡 등 낮은 점수를 받았지만, 외교안보 분야에선 ‘한·미·일 협력 강화’ 등 긍정 평가가 높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2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여론조사에 다 나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기 초 6·1 지방선거 완승과 한·미 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53%(취임 4주 차 한국갤럽)까지 치솟았던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율은 이후 하향세였다. 2022년 잦은 인사 시비와 ‘이준석 내부 총질’ 텔레그램 메시지(7월 26일), 이태원 참사(10월 29일),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11월 21일)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이 문제가 됐다.



“국민소통 부재, 일하고 뺨맞아” “2년째 문정부·국회탓만”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2022년 12월 1일), 간호법 제정안(2023년 5월 16일) 등의 거야 강행처리에 대한 맞대응식 거부권 행사도 불통 이미지를 쌓이게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독단적 이미지를 바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내 편 네 편을 나눠 싸우는 내로남불식 국정 운영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정치 원로들은 “전임 정부 탓, 국회 탓을 2년째 하고 있다”(문희상 전 국회의장), “국민통합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의 공감이 없으면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이석연 전 법제처장)고 했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전문가들은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국민 설득 등 국정 운영 스타일이 문제였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컷 일하고 뺨 맞는 격이 됐다”는 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평가다. 중소기업학회장 출신인 이정희 교수는 “정책 방향은 맞는데, 일도양단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아쉬웠다”고 했다. 국제경제학회장을 지낸 강성진 교수는 “뚝심 있게 재정건전성 기조를 밀어붙인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전선이 너무 확대돼 성과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노사 법치’를 강조하며 노동조합 회계 공시, 고용 세습 근절, 불법 쟁의행위 엄단 등을 높이 샀다. 다만 “여소야대의 벽을 넘기 위한 협치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에서 가치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년 동안 8차례 13개국을 순방하며 이를 현실화했다. 미국 국빈 방문 중 이뤄진 워싱턴 선언(2023년 4월)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2023년 8월), 2년 연속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참석 등 숨 가쁘게 국제 외교 무대를 두드렸다. 특히 방위산업 계약을 위해 지난해 7월 찾은 폴란드에서 전격적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찾기도 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 관계 개선, 한·미 동맹 및 확장억지력 강화 등을 높이 평가했다. 금태섭 전 의원도 “대일본 관계 정상화는 높게 평가할 일”이라고 했다. 다만 박인휘 교수는 “북·중·러 간 연대에 대한 준비와 고려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느닷없이 ‘무찌르자 오랑캐’ 식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등장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을 맞이했다”고 했다.

당면과제는 국민적 지지 회복과 여야 관계 재설정이다. 문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믿음이 가도록 국정 운영을 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골프에 비유하며 “드라이브를 멀리 치는 것보다는 어프로치가 중요하다. 국민감정을 고려해 소통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법으로는 인적 쇄신·협치 등이 언급됐다. 금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인사”라며 “단순히 야당 출신 인사를 쓰라는 게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정치가 실종된 지난 2년이었다”며 국회와의 소통·협력을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8일 병원 치료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을 염려하는 안부 인사를 했고, 이 대표는 안부 인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공지했다. 이 대표는 입원 치료를 위해 9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휴가를 냈다.

현일훈·김기정·박태인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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