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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오늘도 38명이 연인에게 두들겨 맞았다…왜 접근금지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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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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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0대 남성이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교제 살인’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교제(데이트) 폭력 예방과 처벌 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 만점자 출신으로 서울 명문 의대 재학생 최모(25)씨가 “헤어지자”고 했단 이유로 지난 6일 여자친구를 계획 살인한 사건을 계기로 연인을 소유물로 여기는 반인권적 교제 폭력에 대한 강력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실제 최씨 사건과 같이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제 살인’은 최근들어 매달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일 경남 거제에선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긴급체포됐다. 한 달 앞서 3월에는 경기 화성의 한 오피스텔에서 김레아(26)가 이별통보를 하러 찾아온 20대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 여자친구 모친에게 중상을 가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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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교제 폭력 사건 역시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1만3939명으로 2020년 8951명 대비 55.7%나 증가했다. 검거된 피의자 수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하루 평균 38.2건의 교제 폭력이 발생한 셈이다. 신고건수도 같은 기간 4만9225건에서 7만7150건으로 34% 가량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교제 폭력 사건과 관련해 구속수사를 받은 인원은 310명, 전체 검거 피의자의 2% 수준에 불과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전에는 남녀간의 사랑싸움이기 때문에 이걸 구속시키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인식이 있었다”며 “구속수사 비율이 낮은 것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사법부에서 여전히 이런 인식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교제 폭력이 살인 등 심각한 강력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크지만 현행 스토킹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의 대상이 아니어서 이들 법이 규정하고 있는 접근금지, 가해자·피해자 분리 등 긴급조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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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 폭력이나 살인이 논란이 될 때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등장했지만 매번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폐기됐다. 21대 국회에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의 ‘데이트 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 데이트 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권인숙 의원 등이 가정폭력처벌법에 데이트 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에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와 함께 사건을 접한 의료인·구급대원 등의 신고 의무화, 가해자 접근금지 등 긴급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별 통보하는 상대방을 살해하는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의존하는 편집증적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런 대상이 자신을 떠나는 데서 오는 상실감이나 배신감이 폭력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며 “교제 폭력 등은 살인과 같은 중대 강력 범죄로 나아가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경찰이 예방차원에서 상담을 제공하거나 가해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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