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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영업익 반토막 난 쿠팡... “회비 60% 인상, 소비자에 손실 전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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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에 3조 투자… 月 회비 60% 올려 재원 마련하나

조선일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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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올해 1분기 531억원(약 4000만달러·분기 평균 환율 1328.45원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8일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약 1362억원)와 비교하면 61% 급감했다. 쿠팡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22년 3분기에 처음 흑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1분기 순이익은 318억원(약 24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순손실을 낸 건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1년 9개월 만이다. 다만 매출은 9조4505억원(약 71억1400만달러)으로 작년 1분기보다 28% 늘었다. 처음으로 분기 9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미국 월가에선 이번 쿠팡의 1분기 실적을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7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가 마감된 이후 이뤄진 실적 발표 직후, 쿠팡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7% 급락했다. 앞서 월가는 쿠팡 실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었다. JP모건은 쿠팡 1분기 순이익을 1400억원 안팎 흑자를 예상했다.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 이른바 ‘알테쉬’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진 것을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알리는 지난 2018년, 테무는 작년 7월 한국에 진출했고, 지난 10개월 동안 국내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두 업체를 합칠 경우 쿠팡의 절반 수준인 1700만명까지 늘어났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날 “앞으로 2026년까지 3년 동안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한국산 제품 직매입에 22조원을 투자하겠다. 와우 멤버십에 대한 투자도 올해 5조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쿠팡이 최근 월회비를 받고 배송·OTT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 요금을 60% 가까이 올린 것을 두고 일부에선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 부담을 요금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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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알·테·쉬에 맞서 투자 늘린다”

쿠팡은 1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지난 몇 년간 지속해온 물류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알리가 신규 물류센터 증설 계획을 밝힌 만큼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라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물류센터 신규 운영과 도서 산간 지역을 포함한 전국 로켓배송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경북 김천, 광주 등에 물류센터 8곳을 더 짓고, 2027년까지 5000만명에게 로켓배송이 닿도록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김 창업자는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배송 속도를 높여 도서 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산 제품 판매를 더욱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알리·테무 등과 맞서기 위해서라도 중국산 초저가 상품에 대응할 수 있는 품질이 우수한 한국 상품을 늘려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제조업 상품을 구입·판매하기 위한 지원금을 지난해 17조원 수준에서 올해 22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신선식품 사업은 더욱 강화한다. 김 창업자는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 사업을 통해 더 다양한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중소 제조사에 로켓배송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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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영업이익 반 토막, 소비자에 전가” 비난도

쿠팡은 1분기가 끝난 직후인 4월 13일 와우멤버십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60% 가까이 요금을 올려 받은 셈이다. 당시에도 업계에선 쿠팡이 알·테·쉬 등 중국 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서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로 쿠팡의 멤버십 요금 인상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고 보고 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쿠팡이 멤버십 요금을 올려받음으로써 ‘지난 1분기의 영업이익 감소를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했다.

쿠팡 측은 이에 “올해 와우 멤버십 혜택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했다. 무료 배송·반품과 전용 할인을 비롯한 와우 멤버십 혜택에 대한 투자를 기존 4조원에서 올해 5조5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쿠팡 이용자는 소폭이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월 3086만명에서 4월엔 3090만명으로 증가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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