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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공포 휩싸인 혼돈의 가자지구… 휴전협상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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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전 강행 의지

하마스와 이견… 협상 제자리

라파 공습에 민간인 희생 늘어

미국, ‘이’에 무기 판매 승인 보류

전쟁 반대 ‘무언의 압박’ 메시지

이스라엘군이 ‘최후의 피란처’라 불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도시 라파에 진입하며 연일 지상전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라파에 대한 공격이 재앙과 악몽을 불러올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안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입장 차이로 휴전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어 라파 지상전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으로 8일(현지시간) 오전 기준 여성 6명과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최소 27명이 사망했다고 CNN방송이 가자지구 내 병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부터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상태다. 가디언 등은 이스라엘군의 국경검문소 폐쇄가 하마스를 라파에서 고립시키고 이를 휴전협상에 이용해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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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된 주거지 지난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주거용 건물에 대한 공습이 있은 뒤 주민들이 부서진 건물 잔해 사이를 걸어 다니며 주거 공간을 살피고 있다. 라파=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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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생명줄과 같은 곳이다. 라파 국경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피란민들에게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쪽 구역을 장악하자 국제사회는 “심각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라파에서 군사 활동이 재개된 것에 매우 불안하고 고통스럽다”며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전략적 실수이자 정치적 재앙 그리고 인도주의적 악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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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 부근에서 이스라엘군의 자주포가 가자지구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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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라파에서 중대 작전이 이뤄지는 것을 반대하는 한편 이스라엘은 “라파 작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견을 빚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피란처를 찾아 라파에 온 가자지구 민간인 100만∼150만명을 보호하는 데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보길 원한다”며 “닫힌 검문소들은 열려야 한다. 이스라엘은 케렐 샬롬 검문소를 8일 재개방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일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사망한 뒤부터 폐쇄된 남동부 케렐 샬롬 검문소에선 이날 오전부터 구호트럭 출입이 허용됐다.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팔레스타인 민간 업무 조직인 민간협조관(COGAT)은 “식량과 물, 쉼터 설치용 장비, 의약품 등 국제사회가 보내온 구호품을 싣고 이집트를 거쳐 온 트럭들이 이미 검문소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판매하는 정밀유도폭탄의 일종인 합동직격탄(JDAM) 승인을 보류하며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공식적으로 정밀폭탄 판매를 막은 것은 아니지만 정부 승인 및 무기 이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스라엘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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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피고 있다.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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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스라엘군이 아직 라파 시내에 직접 진입하지는 않은 것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넘으면 대가를 치러야 할 금지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내부 진단도 전해진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도 전망이 어둡다. 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하에 협상은 재개됐지만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요구하는 ‘영구적 휴전’을 일관되게 반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하마스의 휴전 제안은 라파 진입 작전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협상팀에 인질 석방 및 안보에 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이 계속된다면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협상은 없을 것”이라며 “공은 이제 네타냐후 쪽으로 넘어갔다. 라파 국경은 온전히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사이의 국경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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