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습을 강화한 가운데 7일(현지시각) 이집트와의 국경선 인근에서 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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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 지상전을 개시한 이스라엘이 공격을 확대할 의지를 내비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아랍 중재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휴전 협상이 계속되고 있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경계지역 군 부대를 찾아 “하마스를 제거하거나 인질이 이스라엘로 돌아올 때까지 (작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타협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작전을 가자지구 전체로 확대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이 라파흐에서 하마스 대원을 사살하고 이들의 기반을 없애기 위해 ‘제한적인 작전’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갈란트 장관의 발언은 확전을 불사하겠다며 휴전 협상에서 하마스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라파흐 공격이 계속될 경우 휴전은 없을 거라며 맞서고 있다. 레바논의 하마스 대표 오사마 함단은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휴전안에는 “이스라엘이 완전히 공세를 멈추고, 가자 전 지역에서 철수해야하며, 조건 없이 피란민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6일 밤 라파흐에 대한 지상 작전을 개시, 7일 새벽 이집트와 접한 라파흐 검문소를 장악했다. 라파흐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중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피란 중이다. 특히 라파흐 검문소는 최악의 기근 위기를 마주한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물, 식량, 의료품 등이 들어오는 주요 통로이지만 이마저도 이날 폐쇄됐다. 이스라엘이 남부 케렘샬롬 검문소 구호 물자 통과를 8일 재개했지만 라파흐 검문소 폐쇄를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격이 현재 대피령이 내려진 ‘동부’에 한한 “제한적 작전”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면서 동시에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 등 여러 외신에 미국이 지난주 라파흐 전면전 가능성을 우려하며 일부 무기 지원을 잠정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시작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이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4월부터 특정 무기가 라파흐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이전을 신중히 재검토했고 지난 주 한 건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원이 중단된 무기는 2천파운드와 500파운드짜리 폭탄 각각 1800개, 1700개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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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당국자 말을 인용해 무기 이전 중단이 라파흐 공세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담은 일종의 “경고”였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이 이번 라파흐 공세에 앞서 전면전을 고민하기도 했으나 미국의 압박으로 수위를 낮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로이터 통신은 8일 오전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두 당사자와 아랍 중재국(이집트·카타르), 미국이 참여하는 협상이 재개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하마스가 수정된 안을 제시했고 이견이 “완전히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휴전 협상에 미국 쪽에서는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참여 중이다. 그는 이날 협상을 마친 뒤 이스라엘로 건너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지난 6일 하마스는 ‘영구적인 휴전’, ‘가자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전면 철수’ 등 내용을 담은 아랍 중재국의 수정안을 이스라엘에 역제안했다. 이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온 내용이다. 애초 이스라엘이 제안한 휴전안에는 인질 석방 및 일시적인 휴전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편, 라파흐 현지에서는 지상전 이틀 만에 사상자 수십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8일 현지 병원 소식통을 인용해 이틀 동안 사망자가 최소 27명 발생했고 이중에는 여성 6명, 어린이 9명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라파흐의 주요 병원인 아부 유세프 알 나자르 병원은 이스라엘 포격으로 의료진과 환자 약 200명이 대피하면서 운영을 중단했다. 현재 라파흐 동부 지역에 남은 야전 병원들은 기존에 하던 의료 서비스의 3분의 1도 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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