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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진영을 넘어 협치·소통 강화… 수직적 당정관계 탈피해야” [심층기획-윤석열정부 2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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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정치 원로·전문가 조언

"총선 참패 후에도 尹정부 오만함 계속

정책 옳다 하더라도 소통 방식에 문제

여당, 대통령 명령만 따르니 정치 실종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국민 의견에 귀 기울이는 리더십 절실

결국 尹대통령의 변화에서 협치 시작"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여야 정치 원로들은 이구동성으로 ‘협치’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이 대목이 가장 취약했다는 것이다. 여·야·정이 힘을 합쳐 정치와 국정을 이어 간다는 의미의 ‘협치’는 이론적으론 이상적이지만 그 실행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통령과 야당이 한 발씩 물러나는 양보가 필수”라고 원로와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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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로, 협치 강화 주문

여야의 원로들은 진영을 넘어 협치와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이명박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이사장은 7일 세계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가 어떤 협치와 소통을 보였는지 잘 모르겠다”며 “총선 참패 이후에도 오만함을 멈추지 않았다”고 쓴소리부터 했다. 정 전 총리는 “국민에게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기보다 국무회의 모두발언이나 주변에서 나서 발언을 보충 설명하는 방식은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도 “여소야대가 됐으니 무엇보다 협치와 소통이 중요하다”며 “협치가 쉽지 않다는 것은 지난 영수회담에서도 드러났지만, 더 접근시킬 수 있는 노력을 양쪽이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전 부의장은 “국민과의 소통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며 “기자회견도 자주 하고, 지난번 비서실장이나 정무·민정수석 인사 때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 앞에 선 모습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협치의 부재가 성립하려면 협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있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부족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그동안 이념이 중요하다며 싸워온 것을 보면 협치에 대한 전제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전 수석은 영수회담을 두고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한 것인데,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에도 1㎜도 안 움직이고 있다”며 “과거에는 여야가 늘 갈등하고 대치했어도 정치가 있었다. 열쇠는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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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받들고, 국민 소통 늘려야

정 전 총리는 “현 상황은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국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듣고, 공감하고, 국정 운영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은 창의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대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다양성으로 협치를 구현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 전 부의장도 비서실장, 정무·민정수석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설명한 것을 사례로 들면서 “그렇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하다”며 “조금 사소해 보이는 의제라도 대통령이 더 자주 기자실에 나타나고, 자연스럽게 질의응답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정당학회 고문)는 “윤석열정부 2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방식의 문제였다”며 “정책이 옳다 하더라도 전달을 잘해야 했었는데, 그런 면에서 굉장히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정부 출범부터 여소야대 국면이었고, 협치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검사로서 쌓아온 추상과 같은 공정,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도 많이 사라졌다”며 “협치에 있어 한계를 모르는 게 아니었을 텐데 너무 독단적으로 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날것을 그대로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앞선 민생토론회는 작위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기자회견이나 도어스테핑(약식회견)도 좋지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식의 ‘국민과의 대화’ 이런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 등에서 단편적인 만남보다 오피니언 리더 등과도 소통을 늘리고,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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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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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변해야, 참모도 직언

결국 윤 대통령의 변화에서 협치가 시작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최 전 수석은 “대통령은 자기 생각이 있어도 말을 줄이고, 듣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결론을 내면 참모들이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거기서부터 여야 관계나 협치,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여소야대 상황에 대해서도 “과정에 오류가 그 후에 한계로 작용한다”며 “지난 2년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나 정치가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을 하고 구속하고, 검찰 수사하듯이 해서는 참모가 어떤 조언을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이 변화의 의지를 보여야 참모들도 설득하고 직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이 자기 원칙과 정책을 굽히지 않는 이미지는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현재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관성이 없어 보이고, 어떤 맥락인지 사람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총선 결과로 만났다기보다 그런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으면 굉장한 위기가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회담 성사 이유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단 만났지만, 이걸 정기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며 “앞으로 특검 등 계속 싸울 일이 남았는데, 이걸 거부하고 나면 여야가 만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야당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이나 정책을 고집할 명분이 상당히 약화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먼저 양보하면 야당도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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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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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당정관계’ 탈피해야

국정 동력 하락의 원인을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찾는 시각도 있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년간 국정운영이 참패했고, 3대 개혁도 실종됐다”며 “그걸 풀 수 있는 당정관계, 여야 관계도 다 틀어져 결국 심판받은 것”이라며 “여당이 대통령 명령만 따르고, 야당을 욕하고 반대만 하다 보니 정치가 실종됐다”며 건강한 당정관계의 회복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 전 수석도 “대통령이 장악한 여당은 정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여당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문제”라며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면 정부가 이 상황 속에서도 버텨낼 수 있다”며 “앞으로 3년간 그러기 위해 당내에서 혁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여당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데, 현재는 그 기능이 사라지면서 이번 영수회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 평론가는 “여당은 야당에게 양보도 요구하고, 또 양보도 해주고 그래야 하는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다”며 “야당 입장에선 여당과 대화할 게 없고, 대통령실만 바라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여당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중심을 잡으면 대통령실도 어느 정도 복원이 되고, 정치도 귀환할 수 있을 때에야 이야기가 된다. 이번 전당대회가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조병욱·박지원·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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