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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마지막 생명줄’ 라파에 이스라엘 탱크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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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장악 시작

하마스 지도부 은신처로 추정

이스라엘군이 7일 전차 부대를 앞세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일부 진입하면서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라파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세에 밀려난 150만 피란민의 집단 거주지이자, 하마스 지도부의 은신처로 추정돼온 곳이다. 이스라엘은 라파 점령으로 ‘하마스 궤멸’이라는 전쟁의 중간 목표를 달성하고 ‘테러 위협 없는 새 안보 현실 창출’이라는 최종 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이스라엘이 라파를 향한 ‘최후의 진격’을 본격 감행할지는 카타르·이집트 등 중재국을 통한 이스라엘·하마스 간 인질 석방·휴전 관련 협상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이스라엘군 401여단의 메르카바 탱크가 7일 가자 지구 남단 라파 국경검문소의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5월 7일 라파 국경지대의 팔레스타인 쪽을 '작전 통제'했으며 병력이 이 지역을 정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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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중동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전차·장갑차가 포함된 401 기갑여단을 동원해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지역을 장악했다. 이집트와 가자지구 경계에 있는 라파 검문소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집트에서 넘어오는 각종 구호 물자의 관문이자, 가자지구에서 탈출하는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 등의 통로 역할을 해왔다. 이스라엘군은 “테러리스트(하마스)가 검문소를 테러에 이용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곳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일간 하레츠와 채널12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스라엘군이 라파 시내 진입에 필요한 주요 거점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전투 준비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지난 5일 오후부터 라파 동부 일대에 50여 차례 공습을 가했다. 같은 날 하마스가 라파와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 케렘 샬롬 검문소를 로켓 10여 발로 공격해 이스라엘 군인 4명이 숨진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어 6일 라파 일대 민간인에게 “가자 서부 지중해 해안 쪽에 마련된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하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에 “이제는 남은 선택지가 없다”며 라파 공격 방침을 통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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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서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가운데, 물밑에선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6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국장이 카타르와 이집트의 휴전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로이터 등 외신에 “이제 공은 이스라엘에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거리에 쏟아져 나와 허공에 총을 쏘며 미리 휴전을 축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직후 이스라엘이 “일방적 휴전안은 인정 못 한다”고 반박, 분위기가 급랭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는 “하마스가 수용하겠다고 한 ‘중재국의 휴전 제안’은 당초 협상 내용과 다른 수정안”이라며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포함된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가 휴전에 관심이 없다면 우리는 라파 공격에 계속 나설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휴전 협상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우려한 가자 주민 수천명이 또다시 피란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휴전안을 둘러싼 양측 이견의 핵심은 종전(終戰)의 포함 여부다. 하마스가 수용하기로 한 방안은 ‘3단계 종전안’으로 알려졌다. 우선 43일에 걸쳐 33명의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과 시신을 인도하고, 이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전면 철수하며, 마지막으로 수감자를 교환하면서 ‘지속 가능한 평온’을 이루는 방안이라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하마스는 이 ‘지속 가능한 평온’을 종전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전제로 수주간 휴전부터 한 이후, 추가로 종전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2단계 방안’을 추진해 왔다. 종전은 어디까지나 조건부다. 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철수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는 지난 4일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중재국 협상에서 “조건부 종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하마스가 휴전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며 라파 공격 준비를 계속해 왔다.

하마스 입장에서 라파는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를 비롯해 지도부 수백명이 버티고 있는 최후 보루다. 궁지에 몰린 하마스 잔당이 라파의 피란민을 ‘인간 방패’로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할 ‘종전’을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주장해온 ‘임시 휴전’에 동의할 경우 인질들만 넘겨주고 자신들은 이스라엘의 보복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이 타결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중재국인 이집트·카타르와 미국도 휴전 성사를 위한 마지막 노력에 나섰다. 미 국무부는 6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동 현지에서 (휴전 문제를) 실시간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하마스의 최신 휴전 제안은 우리의 ‘필수 요구 사항’과 거리가 멀다”면서도 “우리는 협상 대표단을 통해 중재국들과 합의 도출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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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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