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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마늘 농사 30년 만에 최악…7∼8㎏ 나오는 밭에서 1∼2㎏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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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로 '벌마늘'·'스펀지마늘' 90% 달하는 곳도

제주 농가 "정부가 보조 안 하면 살아 나갈 길 없어"

연합뉴스

벌마늘 피해 보상 호소하는 제주 농가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7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있는 밭에서 벌마늘 피해에 대한 보상을 호소하는 이기순(왼쪽)·문성두 부부. 2024.5.7 khc@yna.co.kr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30년 넘게 마늘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가 최악입니다. 3.3㎡당 7∼8㎏ 나오는 좋은 밭인데 1∼2㎏ 밖에 안 나와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있는 밭에서 마늘을 캐던 문성두(66)·이기순(66) 부부는 연합뉴스 기자를 보자마자 마늘을 뽑아 들고 '벌마늘'과 '스펀지마늘'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벌마늘은 마늘 줄기가 성장을 멈추지 않고 2차 성장을 해 마늘쪽 개수가 두 배 이상 많아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마늘을 말한다.

스펀지마늘은 언뜻 정상적인 마늘처럼 보이지만 마늘쪽이 아예 생성되지 않아 쓸모없는 마늘이다.

설명을 듣고 살펴보니 빗자루처럼 하나의 종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솟아 있는 벌마늘과 왠지 너무 물러 보이는 스펀지마늘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눈에 띄었다.

더 큰 문제는 오랫동안 이어진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3월 말부터 4월 초순 사이에 마늘들이 많이 썩어 버린 것이다.

예년 같으면 마늘과 마늘 사이에 간격이 별로 없이 밭 전체가 마늘로 꽉 들어차야 하지만 곳곳이 듬성 듬성했다.

문씨 부부는 예년처럼 올해도 1만6천여㎡에 마늘을 재배했는데 이 같은 벌마늘과 스펀지마늘, 썩음 현상으로 상품 수확량이 예년의 10~20% 밖에 안 될 것 같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

제주 벌마늘 피해 상황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7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있는 밭에서 이기순 씨가 벌마늘 피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4.5.7 khc@yna.co.kr


문씨는 "평년에는 농약도 6∼7번 치면 충분한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10일에 한 번씩, 그것도 비싼 농약으로 10번 이상 치면서 신경 썼지만 4천∼5천만원 손실이 날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대정지역 마늘 농사는 수확기에 하루 1천500∼2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정부가 그런 점 등을 고려해 보조를 해줘야지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마늘 농가들이 살아 나갈 길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 동행한 농협 제주본부 관계자들도 벌마늘과 스펀지마늘이 90% 이상인 곳도 있었다며 올해 마늘 농사의 심각성에 동감을 표했다.

강성방 대정농협 조합장은 "벌마늘과 스펀지마늘 발생률이 높아 상품 마늘이 평년 대비 30%도 안 나올 것 같다"며 "정부에 벌마늘만이라도 상품 가격으로 수매해달라 건의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의 평년 2차 생장(벌마늘) 피해율은 5% 내외지만 지난달 16∼17일 제주도농업기술원 표본 조사 결과 올해 피해율은 전체 재배면적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이에 지난달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마늘 2차 생장 피해에 대해 이상기후에 따른 농업재해로 인정해줄 것과 피해 지원 및 정부 수매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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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정읍 지역서 발생한 벌마늘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7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에 있는 문성두 씨 밭에서 발생한 벌마늘. 2024.5.7 khc@yna.co.kr


오영훈 제주지사 역시 지난 2일 제주를 찾은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마늘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고, 농식품부는 마늘 피해를 농업재해로 결정했다.

제주도는 10일까지 읍·면·동주민센터를 통해 마늘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13일까지 현장 확인을 거쳐 농식품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은 ha당 농약대 250만원과 대파대 550만원 중 한 가지만 선택해 받을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제주 마늘 재배 농가들은 올해 1㎏당 최소 생산비로 4천500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농약대로 250만원을 받게 된다면 3.3㎡당 833원만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주도, 농협은 또 10일 주산지협의체를 열어 제주마늘채소가격안정제(정부 30% 지방비 30%, 농협중앙회 경제지주 10%, 주산지 농협 30%) 자금(약 49억원)을 활용해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러나 마늘 재배 농가들이 농약대와 채소가격안정 자금을 받더라도 최소 생산비에 못 미쳐 농가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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