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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프랑스 간 시진핑 극진한 환대…중국차 '훙치' 타고 피레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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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서 줄타기 하는 프랑스…마크롱, 시진핑 손 잡고 "올림픽 기간 전쟁 멈추도록 도와달라"

머니투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4.05.07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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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감탄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전차량 훙치(紅旗)가 이번엔 프랑스 남부 피레네산맥 기슭을 달린다. 프랑스 방문 일정 첫 날과 둘째 날을 파리에서 보낸 시 주석은 마지막 날 일정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피레네산맥 투르말레 인근에서 소화하며 미국 보란듯 돈독한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7일 새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프랑스를 방문해 큰 환대를 받았으며, 양국은 (미국이 추구하는) 디커플링 행위에 대해 공동으로 반대하기로 하고, 장벽 구축에 대해서도 함께 반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같은 날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의 독립을 수호하고 '신냉전', 즉 블록대결을 공동으로 막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프랑스 수교 60주년을 맞은 시점에 프랑스를 찾은 시 주석의 속내는 복잡해보인다.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들에 국한된 중국의 국제정치 네트워크를 유럽으로 확대해야 한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의 경제블록화는 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으로서는 시간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럽 순방의 의미는 크다. 왕이웨이 중국 런민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은 중국 대유럽 외교의 정점"이라며 "EU(유럽연합)와의 교류는 중국의 정치적 다극성 확보, 경제적 세계화 촉진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분위기가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난 3자 회동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가 제기되자 "비교우위적 관점에서 보든, 글로벌 시장 수요 관점에서 보든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 같은 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술적 우위가 있고 수요가 있으니 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의 기존 논리를 되풀이한 거다.

국제사회는 이런 과잉생산 충돌에 주목했지만, 중국 언론은 오히려 프랑스와 중국 간 무역 협력 확대 가능성에 더 주목해 타전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을 투르말레로 초청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 언론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마크롱이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고향으로 시 주석을 데려가는 건 특별한 예의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두 정상의 특별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U 국가들 역시 중국과 실용적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티안더원 중국사회과학원 부주임은 "지난 5년간 중국과 EU의 관계가 나빠질때도 중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안정적이었다"며 "마크롱 정부가 중국과 실용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EU의 주축인 독일은 자동차 대부분을 중국에 판다. 시 주석의 유럽 방문에 앞서 올라프 숄츠 총리를 파견, 중국과 관계를 다진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미국 일변도의 국제관계에서 중국이라는 보험이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의 손을 꼭 맞잡고 "파리 올림픽 기간에서 세계에서 전쟁을 멈추기 위해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큰 형 대하듯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번째 취임식에도 전격 특사를 파견했다. 역시 미국만 보진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EU, 특히 프랑스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64년 프랑스가 중국과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으며 국제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던 당시는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절이었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응하는 EU신속대응군 창설을 주도하는 것 역시 프랑스다.

시 주석은 이날 프랑스 일정을 마치고 오는 10일까지 세르비아와 헝가리를 연이어 방문한다. 세르비아 방문 일정은 나토군에 의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폭격 25주년과 겹친다. 헝가리는 시 주석의 대표적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국이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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