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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금융권 부실 밀어내기’‥유암코·대신F&I 등 NPL 투자사도 부실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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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L 전업사 단기 자금 조달 급증

금융회사 부실 증가로 매각 늘어

부동산 침체로 회수율은 하락

수익성 악화에 차입금 부담만 가중

연합자산관리(UAMCO, 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대신F&I) 등 전업 부실채권(NPL) 회사의 단기 자금 조달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회사 부실 증가로 NPL 매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NPL을 인수하려는 단기 자금 조달이 늘어났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NPL의 회수율이 하락하면서 정작 NPL 회사의 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현금흐름마저 나빠지면서 그동안 늘린 단기 차입금이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너도, 나도 부실을 밀어내면서 채권 구조조정의 수단인 NPL 회사들까지 부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암코·대신F&I, NPL 매입용 단기차입↑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NPL 전문 회사 유암코는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포함) 잔액이 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5월 CP 잔액이 6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CP 발행 잔액을 20배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4월 말경에 1조5700억원까지 역대 최고치로 늘었다가 1700억원가량을 순(純)상환했다. 대신금융그룹 계열의 전업 NPL 회사인 대신F&I의 CP 잔액도 같은 기간 8000억원대에서 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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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L 회사들이 자금 조달을 늘린 것은 NPL을 경쟁적으로 매입하기 위해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 연체율이 증가했고 연체율 및 부실 비율을 조절하려는 금융회사의 NPL 매각이 급증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경쟁 입찰을 통한 NPL 매각액은 미상환 원금 잔액(OPB) 기준으로 5조5000억원 규모다. 2022년 대비 126%나 급증했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3분기에 NPL 매각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연간 결산을 앞둔 지난해 4분기에는 2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은행권 NPL 경쟁입찰 시장은 유암코, 대신F&I, 하나에프앤아이(하나F&I), 우리에프앤아이(우리F&I), 키움에프앤아이(키움F&I) 등 NPL 전업 5개사가 95%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5개사가 연간 약 5조원에 이르는 NPL을 매입해 경·공매 등을 활용해 채권을 회수하고 있다. 회수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지지만, 회수율이 낮아지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 중 유암코가 시장점유율(MS) 39.6%로 장기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유암코는 지난해 은행 경쟁입찰을 통해 1조 9033억원에 이르는 NPL을 매입했다. 2위 사업자인 하나F&I는 공격적으로 NPL을 매입해 시장점유율을 23.7%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매입액은 1조1418억원 규모다.
부동산 침체로 NPL 회수율↓…고금리 지속에 부실화 우려

NPL 매각과 매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NPL 기업들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단기로 돈을 빌려 경쟁적으로 NPL을 매입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입한 NPL의 회수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암코는 지난해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22년 1721억원에서 영업이익이 15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순이익도 1276억원에서 97억원으로 급감했다. 대신F&I도 영업이익이 2022년 1727억원에서 지난해 38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유암코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 감소는 금리 변동에 따른 차입금평가손실 528억원을 반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회수율 감소와 함께 외부 차입으로 인한 이자 비용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신F&I의 CP 조달 금리는 6개월 만기 기준으로 5% 내외 수준까지 상승했다. 연간 CP 평균 잔액을 1조원만 잡아도 이자 비용이 연 500억원에 이른다. 유암코의 CP 조달 금리는 3%대 후반 수준이다. 대신F&I와 같은 CP 잔액을 가정하면 연간 300억~400억원에 이르는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CP 이외의 다른 차입금을 포함하면 이자 비용이 더 늘어난다.

실적 악화와 고금리로 현금흐름이 악화하면서 그동안 늘린 단기차입금이 NPL 기업에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개월~1년 만기로 빌린 단기차입금 만기가 연속해서 계속 돌아오는데 NPL 회수가 늦어지면서 차입금 막기에 바빠졌다. 경기 개선에 따른 NPL 회수율 회복이나 금리 하락이 늦어지면 차입금 부담이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NPL 회사의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NPL 업계 관계자는 "유암코와 대신F&I가 NPL 매입 자금을 단기 자금에 의존하면서 CP 발행을 크게 늘렸다"면서 "금융회사의 부실이 NPL 전업사들의 부실로 연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암코 관계자는 "단기차입금은 은행의 NPL 매각 증가로 불가피하게 늘어난 것이며 이는 모든 NPL 전업사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1월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단기차입을 장기 차입금으로 전환했다"면서 "2분기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6월 중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으로 유암코의 부실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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