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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별이 된 '여우주연상 10관왕' 월드스타…故 강수연 떠난 그날[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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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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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부산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언론 인터뷰에 나섰던 배우 고(故) 강수연의 모습. /2016.10.12.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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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 2022년 5월 7일 오후 국내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강수연(1966~2022)이 하늘의 별이 됐다.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쓰러진 뒤 의식 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던 고인은 향년 55세로 세상을 떠났다.

강수연은 1987년 영화 '씨받이'로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는 동아시아 배우 중 최초 수상으로, 강수연이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최초의 월드 스타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후에도 강수연은 제26·27·28회 대종상영화제, 제16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제13회 청룡영화상 등에서 주요 상을 품에 안으며 '여우주연상 10관왕 배우'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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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故) 강수연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2022.05.08. /사진제공=故강수연배우장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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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은 만 3세 시절인 1969년 동양방송(TBC) 전속 아역 배우로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 내공을 쌓은 강수연은 17세 때 출연한 드라마 '고교생 일기'를 통해 전 국민이 얼굴을 아는 스타 배우로 도약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강수연은 1985년 영화 '고래사냥 2'에 출연, 아역 딱지를 떼고 본격적으로 성인 연기자 경력을 시작했다. 2년 뒤인 1987년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에서 배우 박중훈과 호흡을 맞춘 강수연은 또다시 작품을 흥행시키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같은 해 강수연은 자신의 배우 커리어를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들어 줄 특별한 인연을 만난다.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선택을 받은 것. 강수연은 임 감독과 만나 하이틴 스타를 넘어 연기파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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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배우 고(故) 강수연 영결식에서 임권택 감독이 추도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2.05.11.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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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은 임 감독의 영화 씨받이에 출연했다. 씨받이와 강수연은 각각 뛰어난 작품성, 인상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강수연은 이 작품으로 제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베니스 영화제는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강수연의 세계 3대 영화제 수상 기록은 2007년 배우 전도연이 영화 '밀양'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까지 깨지지 않았다. 무려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강수연 뒤를 이을 만한 배우가 나타났던 셈이다.

이후 강수연은 1990년대 중반까지 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여자 승려 연기를 위해 삭발 투혼을 보인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를 비롯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9),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3) 등에 출연해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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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20회 부산 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에서 축사 중인 강수연 집행위원장.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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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였던 강수연에게도 내리막은 찾아왔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별다른 연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강수연은 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을 맡아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해 강수연은 SBS 연기대상을 받았다.

이후 강수연은 국내 영화계 발전을 도모하고자 행정가 활동에 집중했다. 배우 활동을 멈춘 것은 아니었지만, 연기보다는 부산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역할에 더욱 앞장섰다. 당시 강수연은 정치권 외압 논란이 일었던 부산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가 망가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며 "앞으로 나서 달라는 후배들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인은 생전 누구보다 한국 영화계를 사랑했고, 자기 역할이 있으면 후배 영화인들을 위해 가장 먼저 두 팔을 걷어붙였다. 후배들과의 술자리를 즐겼다는 강수연은 한 모임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가 없냐"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류승완 감독은 술자리에서 실제 이 말을 들었고, 그는 2015년 영화 '베테랑' 주인공 서도철(황정민 분)의 대사에 해당 발언을 넣어 강수연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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