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올 6월에 멕시코 대선에서 부딪치는 두 거대 정당의 후보는 모두 이공계이자 여성이다. 이 중 현 집권당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의 후보 클라우디아 세인바움 전 멕시코시티 시장은 과학도 출신이다. 그녀는 분자생물학자인 어머니와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과학에 흥미를 느꼈고, 오빠의 조언에 따라 국립자치대학교(UNAM·우남)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세인바움은 1995년에 에너지 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우남대학에서 교수를 하면서 멕시코시티에 전기차를 도입하자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런 제안을 흥미롭게 생각한 당시 멕시코 시장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그녀를 시의 환경 담당 비서관에 임명했다. 2006년에 대선에 출마한 오브라도르가 낙선하면서 대학교로 돌아왔지만, 8년 뒤에 오브라도르는 대선에서 승리해서 멕시코의 대통령이 됐고, 같은 선거에서 세인바움은 인구가 2,000만이 넘는 멕시코시티의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작년부터 세인바움은 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여당 후보로 선거운동 중이다.
그렇지만 멕시코 과학계는 그녀를 환영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과학자들은 현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포퓰리스트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과학 연구 예산을 깎아서 미국의 유전을 사거나 관광 열차를 개발하는 데 쓰고, 연구비를 분배하는 국립 재단의 감독권을 강화해서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인바움은 팬데믹 시기에 마스크가 무용하다는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서 과학적 증거에 근거해서 마스크 사용을 독려하기도 했는데, 그녀가 집권하면 현 과학 정책을 유지할지, 아니면 과학자답게 과학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새로운 정책을 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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