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사설] ‘김건희 명품백’ 수사 나선 검찰, ‘보여주기용’ 아니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2022년 9월13일 김건희 여사가 재미동포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짜리 ‘크리스찬 디올’ 파우치를 선물 받는 모습. 사진 왼쪽 아래에 김 여사가 받은 파우치가 든 종이가방이 보인다. 서울의 소리 동영상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5개월 만이다. 검찰은 오는 9일 이 사건 고발인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검찰의 신속한 움직임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총장은 지난 2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이 뒤늦게나마 권력자 주변 수사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생색내기 수사, 보여주기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의심이 벌써부터 나온다.



검찰이 5개월이 지나도록 고발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미적대다가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것은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결과와 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 재추진이 불 보듯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로서는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명분을 쌓을 필요를 느꼈음 직하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김건희 여사를 처벌할 가능성은 낮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배우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가 명품백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퇴임 뒤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의 입증 의지가 관건이다. 만일 김 여사를 소환하지도 않고 서면조사만으로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권력에 굴종하는 ‘정치 검찰’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검찰 수사를 특검법 반대의 명분으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에서 4년이 넘도록 김 여사를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사건 처리를 뭉개고 있다. 관련자들은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공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서만 유독 차일피일 조사를 미루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한 수사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김 여사를 소환해 명품백 수수는 물론 주가조작 의혹도 철저하게 조사하기 바란다. 그것만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인정받는 길이다.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