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버린다" 소리지르고 우유 투입구에 불 붙였는데 '무죄'…왜?

법원 "아내 겁주려는 목적…아파트 타오르게 불 붙일 의도 없어"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2023.11.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아내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조승우)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술을 마시고 집에 갔지만 아내가 비밀번호를 바꾸고 현관을 열어주지 않자 "죽여버린다, 불 지른다"고 소리를 질렀다.

곧이어 A 씨는 현관문 하단의 우유 투입구 문을 열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A 씨 아내가 페트병에 담긴 물을 부으면서 불은 1분도 지나지 않아 꺼졌지만, 현관문 내부가 그을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현주건조물방화죄는 불이 매개물을 떠나 건물 자체에 독립해서 타오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범행을 감행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성립한다. A 씨에겐 아파트를 태울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 씨가 불을 붙인 이유는 아내에게 겁을 줘 주거지로 들어가기 위함이라고 봐야 한다"며 "아파트 건물에 독립적으로 타오를 정도의 불을 붙이는 것은 이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의 집 바로 앞 호실에는 다른 가족이 거주했는데 A 씨가 불을 질러 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의도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A 씨는 현관문 근처에 소화기가 있다는 점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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