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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물가와 GDP

국내선 ‘꽁꽁’ 해외선 ‘펑펑’…GDP 성장 ‘내수 덕’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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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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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1.3% 깜짝 성장에
정부·한은 “내수 반등이 원인”

여행 등 국외소비 비중만 늘어
국내 자영업자 등에 도움 안 돼

지난 1분기 ‘깜짝’ 경제성장률을 두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내수 반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해외 소비를 제외하고 보면 국내 소비가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여행 증가로 해외 소비는 증가 추세이지만 국내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분기 이후로는 제조업 지표 등 다른 수치 전망이 밝지 않아 1분기의 성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 1.4%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1분기 1.3% 성장은 1년간 성장한 것을 한 분기에 다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수출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수가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DP(국내총생산) 전망치 상향은 기술적으로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고 얼마를 올릴지가 문제”라며 “우리가 뭘 놓쳤는지, 영향이 일시적인지 등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GDP 수치가 어디서 증가했는지 자체적으로 이유 분석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와 한은이 꼽는 1분기 GDP 1.3% 성장의 배경은 수출과 함께 ‘내수 반등’이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가 모두 늘어 전 분기 대비 0.8% 증가했다.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었다. 예상 밖 내수 호조에 정책 당국자들은 재정이 아닌 민간의 힘으로 성장했다고 추켜세웠다.

대표적 지표인 민간소비 증가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내수가 정말 괜찮았다고 볼 수 있는지 물음표가 찍힌다. 가계 소비 가운데 해외여행 등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나가서 쓰는 ‘국외 소비’ 비중이 커지고 있고, 국내 소비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광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민간소비와 가계의 국내소비 증가율은 2023년 2분기를 기점으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국내 소비가 하락하는데도 국외 소비가 상승하면서 민간소비는 상승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은 통계를 보면, 국내 소비지출(실질 기준)은 2022년 3분기 223조4000억원까지 올랐다가 점차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4분기 221조1000억원까지 줄었다.

반대로 국내 거주자의 국외 소비 지출을 보면, 2022년 1분기 2조728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 4분기에는 7조2967억원까지 올랐다. 사람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는 일이 더 많아졌고 결과적으로 국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민간소비 이외에 2분기 이후 다른 수치들 역시 전망이 밝지 않아 1분기 성장률이 유지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 생산 확산지수는 3월 38.2였다. 지난해 7월(38.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3월 99.6으로 2월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3월 100.3을 기록해 전월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최 연구원은 5일 “소비가 경기에 중요한 이유는 기업 이익 증가와 연결되기 때문인데 국외 소비는 한국이 아닌 국외 기업의 이익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소비 확대에 따른 민간경제 선순환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라며 “1분기 GDP 상승이 정부에서 말하는 대로 교과서적인 성장 경로로의 복귀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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