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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무장애놀이터인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에서 함께 뛰어놀고 있다. 김세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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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놀이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언뜻 평범한 놀이터와 같아 보였지만 조금 다른 점들이 눈에 띄었다. 미끄럼틀이 설치된 놀이대는 긴 경사로로 이어졌다. 아이들은 바닥과 높이 차가 없는 회전무대에 매달려 빙글빙글 돌았다. 그네에는 등받이와 안전띠가 마련됐다. 이 놀이터는 ‘국내 1호’ 무장애놀이터(통합놀이터)였다.
통합놀이터는 장애·비장애 아동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다. 정부에서 밝힌 명확한 통합놀이터 지침은 없다. 놀이기구에 경사로를 설치했는지 휠체어에서 옮겨탈 수 있는 지지대가 있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다. 김남진 무장애연대 사무국장은 “공간·예산 등 문제로 모든 놀이기구를 통합형으로 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통합형 놀이 기구가 20~30% 이상이면 통합 놀이터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무장애연대는 지난해까지 전국에 조성된 통합놀이터를 31곳으로 집계했다. 전국 놀이터 중 0.03% 수준으로 수가 많지 않지만 확산하는 추세다. 김 사무국장은 “최근 서울시도 ‘거점형 놀이터 사업’ 등에서 통합형 놀이터 조성을 장려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에 두 학교가 함께 쓰는 통합놀이터가 국내 최초로 조성됐다. 교동초 옆에 있는 특수학교 경운학교 학생들이 놀이터를 함께 쓴다. 바닥과 높이 차이가 없는 회전무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우레탄 소재의 바닥, 완만하게 경사진 미끄럼틀 지지대 등 통합놀이터 요소가 반영됐다. 경운학교 관계자는 “원래 놀이터가 없었을 때는 체육 시간에도 실내 활동을 위주로 진행했다”며 “통합놀이터는 장애 아동 동선을 고려해 공간도 여유롭게 구성됐고, 미끄럼틀 경사도 완만해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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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교동초등학교 통합놀이터에 높이차가 없는 회전무대와 올라가는 길이 완만하게 경사진 조합놀이대(미끄럼틀) 등이 설치돼 있다. 김세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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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통합놀이터가 장애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11세 자폐 아동을 키우는 이해연씨는 재작년 동네에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진 뒤 매달 한두 번씩 놀이터를 찾고 있다. 딸 또래의 아이들이 딸에게 아는 척을 하는 것이 이씨는 반갑다. 그는 “요즘은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이 먼저 ‘언니(이씨 딸) 뭐 해?’ ‘옆에서 놀아도 돼?’라고 물어보기도 한다”면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아이를 둔 정순경씨는 “통합놀이터에 가면 놀 수 있는 놀이기구도 많아서 아이가 좋아한다”며 “통합놀이터 이용을 위해 서초구에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놀러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무장애 놀이기구 시장도 커지고 있다. 한 통합놀이기구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 등에서 발주를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년 통합 놀이기구를 10건 이상씩 판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사용해 발생하는 안전사고에는 더 구체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운학교 재학생 아이를 둔 유모씨(44)는 “놀이터에 나가 노는 건 좋지만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섞여있다 보면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가 정글짐을 좋아하는데 일반 아동보다 오르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충돌하진 않을까 걱정이 들 때가 많다. 중재자가 상주해 있다면 조금 안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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