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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민심 청취 맡기겠다는 민정수석, 검사 출신이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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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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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신설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한다. 민심 청취 기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정수석 자리에는 검찰 고위직 출신을 사실상 내정했다고 한다. 평생 수사만을 해온 검사 출신에게 민심 청취 역할을 맡기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면서 수사에 개입하는 폐단이 있었다는 이유로 민정수석실을 없앴다. 대신 여론동향 파악 등 민심 청취 역할은 시민사회수석실에 맡겼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이종섭 도피성 출국, 대파 논쟁 등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대응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 참패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에서도 민정수석실을 없앴다가 다시 만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며 민정수석 부활을 공식화한 배경이라고 한다.

민심에 귀를 열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의 진정성이다. 시민사회수석실이 제 역할을 못한 데는 인사실패와 기능조정 잘못 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정말 민심 청취가 목적이라면 시민사회수석실부터 정상화하고 기자회견 정례화 등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는 일이 먼저다. 굳이 권력기관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을 부활해 총선 참패 후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민정수석 물망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검찰 고위직을 두루 거친 법조인이다. 민심을 읽고 제대로 전달하는 건 국민들과 줄곧 소통을 해온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인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피의자만 상대해 온 검사 출신이 적임자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정말 사정기관 통제에 방점 찍은 조직개편이 아니라면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비검사 출신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그럼에도 강행해야겠다면 국민이 납득할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불신과 의구심만 증폭될 것이다. 이참에 차일피일 미뤄온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할 특별검찰관 임명과 대통령 배우자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 부활에 대한 확실한 입장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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