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특검법’ 대통령실 논리
작년 7월 해병대원들이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고 채모 상병을 찾는 모습./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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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3일 야당이 강행 처리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이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직무유기”라고 했다.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이날 MBC와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을 덜컥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게 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게 순서”라며 “야권이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 설치한 독립 수사기관이 공수처인데 왜 갑작스레 수사 주체를 바꾸려고 하느냐”고 했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의 경우 검·경 수사에 더해 국회 국정조사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이 특별법에 따른 추가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해병대원 특검법과는 대비된다. 홍 수석은 “(공수처 수사 결과가) 부족하다고 판단되거나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특검을 하든 그때 가서 볼 노릇”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했다. 특검은 고위 공직자 비리 등을 행정부에서 독립된 변호사에게 맡기는 제도인데,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특정 정당이 수사권을 집행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특검 추천을 사실상 민주당만 하도록 하고 피의 사실 이외 수사 과정에 대해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한 ‘독소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도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 사건의 기초 조사를 담당한 해병대 수사단은 애초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특검 논리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 주도로 개정된 군사법원법은 군인이 사망한 사건은 경찰 등 민간 수사기관으로 넘겨 진상을 밝히도록 했다. 홍 수석은 “법 취지를 정면으로 거부한 게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라고 했다. 작년 7월 당시 박 대령은 채 상병이 사망하자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자료를 작성해 경찰에 이첩했고, 이종섭 국방장관은 경찰에 넘긴 보고서 회수를 지시했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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