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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채 상병 특검’ 국회 통과,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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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열린 ‘채 상병 특검법\' 국민의힘 참여 촉구 집회에서 해병대 예비역연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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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건의 수사 방해 의혹을 규명할 ‘채 상병 특검법’이 2일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을 지체 없이 공포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용해야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숨진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윗선’이 왜곡·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다. 국가를 위해 순직한 해병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마땅한 순리였다. 하지만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지우도록 해병대 수사단을 압박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 기록도 서둘러 회수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고,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여당과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이라는 점을 들어 특검법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공수처에 속도감 있는 사건 처리를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지난해 8월 고발장 접수 이후 공수처가 주요 피의자를 처음 소환한 것은 8개월이 지난 4월 말이었다. 게다가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까지 연관된 만큼, 독립적 기관이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다.



그런데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대해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규정하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이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젊은 병사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규명하는 건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병역 의무를 요청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이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민심은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의혹을 남김없이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려 든다면, 민심의 거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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