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銀, 알뜰폰 등 비금융 확대…신규 고객 확보, 데이터 구축 등 목적
최근 은행권에서 ‘알뜰폰’, ‘배달’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고유업무였던 예·적금 등이 아닌 이른바 비금융 시장으로 잇달아 진출을 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전문 분야를 두고 신시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은행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은행만이 할 수 있는 ‘고유업무’와 인가를 받아 영위할 수 있는 ‘겸영업무’, 그리고 은행법상 별도 지정이 필요한 ‘부수업무’입니다. 여기서 예·적금이나 대출 등이 고유업무에 해당하고, 겸영업무로는 신용카드 등이 있습니다.
은행이 관심을 갖고 추진 중인 비금융 사업은 부수업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은행이 비금융 사업을 실제 부수업무로 지정받기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지분 소유를 제한한 이른바 ‘금산분리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비금융 사업을 확대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통상적으로 은행은 먼저 비금융 사업 초기 관련된 기술 경쟁력을 가진 관련 기업과 제휴를 맺는 등 준비를 합니다. 이후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하고, 일정 기간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받아 최대 4년간(1회 연장 포함) 시장에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됩니다.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수업무로 지정을 받아야 합니다. 부수업무를 운영하는 중에도 은행은 건전성 훼손 방지, 소비자 보호, 과당경쟁 방지 등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매년 금융위에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합니다.
이렇게 절차가 까다롭지만 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우선 고유업무만으로 유치할 수 있는 신규 고객에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금융 사업을 확장하고, 서비스를 연계해 자연스레 금융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그간 금산분리로 쉽게 접하지 못했던 비금융 데이터를 축적해 사업의 기반을 쌓겠다는 의도도 있습니다.
여기에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도 비금융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른바 ‘이자 장사’라며 비판을 받고 있는 이자 이익 대신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비금융 사업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입니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 ‘KB Liiv M(리브엠)’을 2019년 4월부터 서비스해 왔습니다. 지난달 12일에는 금융권에서 비금융 사업 최초로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됐고, 낮은 수수료를 장점으로 하는 ‘상생 배달앱’으로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아직 혁신금융서비0스 단계인 상황이라 올해 12월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데, 다시 기간을 연장하게 될지 아니면 KB 리브엠처럼 부수업무 지정을 신청할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우리은행도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알뜰폰 사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립했고, 관련 인력도 채용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5일에는 홈페이지에 알뜰폰 사업 통신사업자 제안 공고를 냈습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금융권은 보고 있습니다. KB 리브엠이 부수업무로 지정되면서 우리은행 역시 별도 신고 절차 없이 알뜰폰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금산분리의 완화는 여전히 은행권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은행이 보다 쉽게 비금융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금산분리의 완화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1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은행들이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부수·겸영업무 규제 개선 등 금융제도 개혁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를 시사한 만큼 금융권의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주경제=김수지 기자 sujiq@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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