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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폐지되면 안 되는 이유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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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4월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폐지조례 폐기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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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 전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원장



지난 4월26일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2019년 3월 공적 돌봄 강화를 위해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사실상 폐원 수순을 밟게 되었다. 이번 폐지 조례안의 통과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 노인, 장애인, 아동 등에 대한 돌봄과 활동지원의 필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아둔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결정은 2022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법을 근거로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아픈 부모님이 믿을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돌볼 수 있도록, 장애인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활동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부모님이 안심할 수 있는 아이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질 좋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또한 대부분 민간기관이 수행하는 돌봄 영역에서 공익성이 꼭 필요한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코로나 시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비롯한 각 지역의 사회서비스원은 공적 역할을 매우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시민의 신뢰를 받았다. 확진 공포가 퍼졌을 때 거의 모든 대면 복지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돌봄 서비스도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다. 그 시기 사회서비스원의 돌봄 종사자들은 확진의 위험을 무릅쓰고 확진자들을, 확진자가 돌보던 시민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종사자들이 확진되기도 했다. 사회서비스원이 없어진다면 이런 돌봄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상자의 상태가 중증이어서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 이상이 돌봐야 할 경우, 돌봄 서비스와 함께 의료·복지 등 다른 서비스가 통합적으로 필요한 경우, 이동 시간이 긴 오지의 서비스,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일일 다회 방문이 필요한 경우 등은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관에서 수행하기가 어렵다. 이런 서비스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공적 돌봄 기관이 수행해야 한다. 돌봄 영역에서 민간기관과 공공기관의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공적 돌봄 기관이 필요한 보다 근본적 이유는 노인 등 돌봄 대상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돌봄과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재가요양서비스, 의료서비스, 복지 서비스 등이 제각각이어서는 제대로 된 노인 돌봄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서 지역사회통합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기관을 운영하다 보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적 돌봄 기관이라는 설립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하는지, 관료화의 위험에 빠지지 않고 시민 중심의 서비스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운영의 비효율은 없는지 살피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제 5년밖에 되지 않은 기관을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혹은 다른 정당의 시장이 설립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섣불리 폐지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고치고 개선하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폐지의 불이익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시의회에서 폐지 조례안이 의결됐지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저변에 흐르는 이번 총선의 민심은 한마디로 ‘시민들의 살림을 살펴라’다. 초고령화 시대 돌봄은 대표적인 민생 과제다.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청하고, 서울시의회는 폐지 조례안을 거둬들여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부디 돌봄 정책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거스르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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