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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뉴진스는 죄가 없다" 외신도 지적…하이브·민희진 길어지는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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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공방 본격화…기형적 K팝의 민낯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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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하이브 방시혁 대표와 어도어 레이블 민희진 대표/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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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음반 기획사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가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법원에 접수했다. 민 대표는 개인 사찰 및 사생활 폭로 등으로 맞고소를 예고한 상태다.

양측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뉴진스 등 아티스트는 물론 한류의 선봉에 서 있는 K팝의 위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양측 갈등의 기저에는 창작과 경영의 불완전한 구조, 공장형 아이돌 양산, 음반 사재기 등 K팝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며 이번 사태를 이 같은 병폐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K팝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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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대표-하이브 갈등 일지/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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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중 어도어 임시주총 열릴 듯...민희진 운명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는 민희진 대표의 해임을 위한 하이브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관련법에 따라 심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어도어 측은 이달 중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심문에 참석한 어도어 별률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5월 10일까지 이사회가 열리고 5월 말까지는 주주총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는 "그렇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법원에서 그렇게 말했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고대로 이달 중 어도어의 이사회와 임시주총이 열린다면 하이브가 추진 중인 민 대표 해임과 이사진 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정 공방 등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가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민 대표 측도 맞고소·고발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22일 민 대표와 주요 임원진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고 보고 감사권을 발동했다. 25일에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배임 혐의로 민 대표를 고발했다. 이에 민 대표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담을 포장해 매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민 대표 측은 어도어 지배구조 상 경영권 탈취가 불가능한 데다 업무상 배임죄에는 예비죄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하이브의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민 대표가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소속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카피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보복성으로 해임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이브는 즉시 반박자료를 내고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 여러 달에 걸쳐 동일한 목적하에 논의가 진행되어 온 기록이 대화록, 업무일지에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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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체제 현황/그래픽=이지혜




"K팝 고질적 병폐 한꺼번에 터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K팝의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병폐들이 한꺼번에 터진 사건으로 평가했다. 특히 창작과 경영의 불완전한 분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도현 문화평론가는 "이번 문제는 빨리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하다 보니 창작과 경영 과정에서 경험이 없어서 나오는 문제"라며 "하이브 경영진이 창작의 전권을 쥐고 있고, 경영적 마인드로 접근하니 내부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등 해외 음반사들도 멀티레이블을 추구하지만, 유통을 담당하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을 뿐 창작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도 긴급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구조를 군대 축구에 비유하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병장에게 골을 다 몰아주는 군대 축구처럼 레이블들이 방시혁 의장한테 잘 보이려고 이상한 짓을 한다. (방 의장이 손을 떼야) 자율적으로 경쟁하고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멀티레이블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산형 아이돌'이 아니라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듀싱과 기획을 분리하고, 각 레이블의 개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K팝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해외는 다운타운에서 활동하다가 레이블에서 발굴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콘셉트에 맞춰서 연습생을 뽑아 트레이닝시켜 데뷔시킨다"며 "멀티레이블 체제에서 독립성을 가져야 아티스트 색깔이 겹치지 않는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도 "멀티레이블이 존속하려면 창작에 대한 지원 자체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방 의장의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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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9 걸그룹 뉴진스 AAA 인터뷰 /사진=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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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마케팅 K팝 문화 왜곡...확장성 키워야"

이번 사태로 포토카드, 밀어내기 등 K팝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들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민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 당시 포토카드 문제를 지적하며 "지금 음반 시장은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걸 고치기 위해 뉴진스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포토카드란 앨범 속에 있는 아티스트의 사진으로 K팝 팬들은 이를 수집, 소장할 목적으로 앨범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음반에는 어떤 멤버의 포토카드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 음반을 사게 된다.

정 평론가는 "포토카드, 밀어내기 등은 팬덤 비즈니스가 강화되면서 발생한 것인데 과도한 마케팅으로 문화를 왜곡시키는 현상을 가져온다"며 "포토카드를 받기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 K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 지점"이라며 "방시혁 의장이 말했듯 '찐팬'만 공략하는 게 아니라 좀 더 확장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민희진 대표가 말한 K팝 업계 구조와 문제는 이제 많은 대중이 알게 됐다"며 "이제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토론이 오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과 K팝 위상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일본 시사 매체 데일리신쵸는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에 뉴진스의 멤버들은 죄가 없다"며 "갈등을 빨리 수습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라고 지적했다.

후지TV 객원해설위원인 키모시타 히로미 고난여자대학교 부교수는 현지 언론 기고를 통해 "한류 톱 기획사에서 벌어진 진흙탕 싸움은 이제 법적으로 무대를 옮겼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며 "갈등의 여파는 뉴진스에 그치지 않고 다른 인기 여성그룹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개별 아티스트의 심리적 동요가 우려된다. K팝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태를 보도하며 걸그룹 피프티피프티(Fiffty Fiffty)가 2023년 소속사와 법적다툼으로 활동을 중단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건우 기자 jai@mt.co.kr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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