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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배당 증가율이 임금 인상률 14배…“기업들이 빈부 격차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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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동절을 하루 앞둔 4월 30일 밤 독일 베를린에서 여성 운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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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사이 세계 주요 기업들의 주주 배당 증가율이 임금 인상률의 14배에 달해, 기업들이 자산가와 노동자의 빈부 격차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팸은 1일 노동절을 맞아 내놓은 배당과 임금 분석에서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세계 31개국의 주주 배당 증가율이 임금 인상률의 14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분석은 세계 1200개 대기업의 배당을 분석한 ‘제이너스 헨더슨 글로벌 배당지수’를 바탕으로, 배당과 임금 자료가 모두 있는 국가들을 분석한 결과다. 이들 나라들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1%를 차지하는 주요 국가들이다.



옥스팸은 “(1200개 대기업을 포함한) 세계 기업들의 주주 배당이 지난해 1조6600억달러(약 2302조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2020년부터 2023년 사이에 31개국에서 기업들이 주주에게 배당한 돈은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실질 규모 기준으로 45% 늘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3% 늘었다. 옥스팸은 “중국을 빼고 나머지 나라만 보면,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3% 줄었다”고 덧붙였다.



옥스팸은 세계 부자들을 분석한 ‘웰스-엑스(X)’의 자료를 근거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는 지난해에 배당 수입으로만 평균 9천달러(약 1248만원)를 벌었으며 이는 평균적인 노동자가 8달 동안 일해서 번 수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옥스팸의 아미타브 베하르 임시 상임이사는 “기업들의 순익과 부유한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은 성층권을 뚫고 올라가고 있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다”며 “갑부들은 일을 해서 부를 축적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이들에게서 부를 뜯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옥스팸은 최근 몇년 동안 전세계에서 나타난 물가 급등으로 노동자들은 식품과 의약품 같은 생활 필수품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가 ‘글로벌 생활 임금 연대’(GLW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37개국 가운데 최저 임금이 생활 임금보다 많은 곳은 2개국에 그쳤다. 생활 임금은 주거·식품·보건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임금을 뜻한다.



옥스팸은 “37개국의 평균 최저 임금은 생활 임금의 38%에 그쳤다”며 “방글라데시의 경우 최저 임금이 생활 임금의 6%에 불과하고 가나의 경우는 12%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영국의 싱크탱크 ‘커먼 웰스’도 노동절을 즈음해 발표한 분석 결과에서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기업의 배당 증가률이 임금 상승률의 5.5배였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이 단체는 “임금이 배당 증가와 같은 비율로 늘었다면 노동자 한명당 한해 2844파운드(약 490만원)를 더 벌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하르 옥스팸 상임이사는 “각국 정부는 주주에 대한 배당 한도를 규제하고 노조를 지원하며 생활 임금을 보장할 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재산에 보상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노동에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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