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학생들이 해밀턴 홀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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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시위대의 기습 점거는 컬럼비아대가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고 학내에서 텐트 농성 중인 학생들을 정학하기로 한 지 몇시간 만에 벌어졌다. 시위 주동 단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리는) 일을 직접 해결해왔다"며 "학교 측이 이스라엘 기업 등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을 중단할 때까지 건물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는 이날 0시 35분께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며 캠퍼스 인근을 행진하던 중 약 20분 후 사우스론 인근 '해밀턴 홀'을 점거했다. 이후 건물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테이블, 의자 등으로 입구를 막았다.
학생들이 점거한 건물은 베트남전쟁 등 1960년대부터 반전 시위의 중심이 됐던 곳이다. 198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 인종차별 정책) 등을 규탄하는 시위대도 이 건물을 점거했었다.
앞서 컬럼비아대는 지난 29일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캠퍼스 안전 보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농성장에 남아있는 학생들에 대한 정학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학생들의 교칙 위반 내용과 성격에 따라 대학 관련 부서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대학 측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자발적으로 텐트를 모두 철거·해산하고 ‘졸업 시까지 대학의 모든 정책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라고 통보했다. 해당 시간 이후 농성장에 남아있는 학생은 정학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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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압박 아닌 신념에 따라 행동할 것"
대학 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자체 투표를 거쳐 농성 텐트를 철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컬럼비아대 캠퍼스에는 아직 80여 개의 농성 텐트와 시위대 100여명이 남아있다. 시위에 참가 중인 대학생 수에다 폴라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학의 압력이 아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 중에도 “우리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대학 측의 조치에 반감을 드러냈다. 이날 대학 측이 최후통첩한 오후 2시 무렵 수백명의 학생들은 경찰의 강제 해산에 대항하겠다며 농성장 인근에 모여들었다.
교수 12명도 노란색과 주황색 조끼를 입고 시위대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자매학교인 바너드칼리지 스페인어학과 겸임교수인 엘가 카스트로(47)는 “이곳에 온 건 나의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항의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 캠퍼스에 설치된 시위대이 농성 텐트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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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측이 시위대 해산을 촉구하는 이유에 대해 NYT는 “경찰이 개입하면 자칫 시위 분위기를 불붙여 수천 명의 학생이 합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8일 대학 측이 경찰에 요청해 학생 100여명이 연행된 뒤 캠퍼스 내 농성 텐트가 증가했고, 미전역으로 대학생 농성이 퍼졌다.
가자 전쟁과 관련해 미국 대학가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날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는 농성 해산에 불응한 시위대 최소 40명이 체포됐다. CNN에는 경찰관들이 시위 참여 학생의 팔·다리를 붙잡아 연행하는 모습이 중계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내 대학 캠퍼스 시위로 지금까지 교직원과 학생 등 900여 명이 구금됐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 진입한 경찰들이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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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협상 순항" 전망
한편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서 이번에는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양측은 휴전 협상안에 대해 접점을 찾은 듯 진지한 태도로 제안과 답변을 이어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협상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질 일부를 풀어주고 이스라엘 측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하면 10주간 휴전에 들어간 뒤 영구 휴전과 관련된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는 게 협상안의 골자로 알려졌다.
AFP 등 외신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생존 인질 33명 석방을 요구했으며, 하마스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협상대표단은 이날 오후 귀국해 가자지구 내 군사조직 수뇌부와 협의해 서면 답변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하마스가 받아 든 제안은 이스라엘 입장에선 대단히 관대하다”면서 “하마스가 조속히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고위 정부 관계자는 30일 AFP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 회담에 대한) 답변을 주면 (카이로에 특사를 보낼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5월 1일 밤까지 답변을 기다린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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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스라엘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국교 수립 카드도 제시하며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앙숙 관계인 양국은 이란과 사이가 나쁘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손을 잡을 경우, 이란을 중동 내에서 외교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하마스도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외교 관계를 맺으면 중동에서 이란 외엔 의지할 세력이 없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를 공격하겠다는 뜻을 30일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질 가족들과 만나 "(휴전 협상이) 타결되든 무산되든 우리는 라파에 들어가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며 "전쟁 목표를 모두 달성하기 전에 우리가 전쟁을 끝낸다는 생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하마스 잔존 세력과 억류된 인질들이 라파에 있는 것으로 보고 군사작전을 계속 하겠다는 의미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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