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모로코·요르단 등 수백명씩 체포 사례
사우디선 입도 못열어…이스라엘 협력 안보이익 눈치도
작년 10월 카이로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 |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후 아랍권에서 전례없이 친팔레스타인, 반이스라엘 시위를 탄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시위가 자유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확대돼 각국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고, 이스라엘과의 우호적인 관계에 따른 안보적 이익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는 작년 10월 가자 전쟁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난했으나, 이달 초 수백명이 카이로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을 때 시위대 14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변호사들은 이집트 정부가 작년 10월에 자체적으로 친팔레스타인 집회를 조직했으나, 그곳에서 시위대가 정부 비판 구호를 외치자 수십명을 구금했고, 50명 이상은 현재도 감옥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에서 체포되거나 자국과 이스라엘의 화해를 비판하는 SNS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 수십명을 기소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요르단은 지난 3월 암만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500명을 체포했으며, 작년 10월 이후 체포된 사람만 최소 1천500명이 넘는다고 국제앰네스티는 전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정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체포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정부가 반이스라엘 의견에 매우 예민한 모습을 보이면서 언급 자체가 자유롭지 않다.
아랍권이 과거와 달리 반이스라엘 시위와 의견을 단속하는 데에는 시위가 향후 반정부 투쟁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하는 각국 정부의 전망과 관련이 있다고 관련자들은 전했다.
체포된 활동가를 대리하는 이집트의 인권변호사 나베 가다니는 "오늘 그들은 팔레스타인을 위해 항의하러 나섰는데 내일은 대통령에 대해 항의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 마히에노르 엘-메스리는 정부의 강경 대응이 "사람들은 자유나 민주주의를 위한 여지가 있다는 꿈조차 꾸지 말아야 하며, 자신감을 얻은 다음 더 큰 요구를 향해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레인, 모로코, UAE가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고,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아랍권에서는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지도자에 대한 분노가 커진 상태다.
NYT가 아랍권 여러 국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많은 시민은 이번 전쟁을 팔레스타인을 위한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관점으로 보고 있었다.
또 이스라엘을 억압의 상징으로 여겼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자국 통치자들을 도덕적으로 파산한 자들로 간주했다.
카타르 사회학자인 마리암 알하즈리는 "만약 사람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이스라엘과의 정상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점에도 주목했다.
아랍 세계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먼저 수교한 이집트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이스라엘과 시나이반도 북부 무장세력에 공동으로 대응해왔고,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는 하마스를 봉쇄하는 데도 협력하고 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이스라엘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만의 국가들도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에 직면해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안보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이스라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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