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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설] 선거 참패 책임 親尹이 또 당 장악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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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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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22대 국회 원내대표를 뽑는 당내 선거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총선 때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출마 준비를 하고 있다. 친윤계에선 ‘비윤 당대표와 친윤 원내대표 연대설’을 제기하고 ‘어이원’(어차피 이철규가 원내대표)이라는 말도 내고 있다. 친윤계가 주도해 치른 총선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다시 전면에 나서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작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사무총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곧바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고 공천관리위원까지 지내며 선거에 깊이 관여했다. 그런 이 의원이 책임을 지지 않고 원내 사령탑을 맡는다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친윤계가 민심에 역행해 다시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을 받았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행동대원 역할에 충실했다. 당 요직을 장악하고 자기들 공천을 챙겼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당을 쇄신하겠다며 혁신위를 띄웠지만 자기 희생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채 40여일 만에 문 닫게 했다.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 이벤트로 비쳤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이긴 뒤 윤 대통령과 불화를 빚던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하는 데 앞장섰다. 전당대회 때는 나경원 의원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윤 대통령이 안철수 의원을 “국정의 적”이라고 하자 “가짜 친윤 팔이 후보”라고 공격했다. 총선에 참패하고도 “지난번에 비해 5석이 늘었다”고 했다. 민심을 제대로 아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친윤 중진인 정진석 전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여기에 원내대표까지 친윤계가 된다면 국민은 윤 대통령이 여전히 친윤을 앞세워 여당을 좌지우지하려 한다고 여길 것이다. 그동안의 국정 운영 방식, 수직적 당정 관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는 윤 대통령에게도 여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거에 졌다면 책임을 지고 한발 물러나 있는 것이 옳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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