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금남로에 배치된 계엄군 장갑차와 병사들 모습. 5·18조사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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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조사보고서의 일부 내용에 대해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할 의사를 내비쳤다.
26일 5·18기념재단과 5·18조사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5·18조사위는 25일 광주 전일빌딩 245에서 연 활동설명회에서 “고 권아무개 일병의 사망사건을 담은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된 건 인정한다. 반드시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5·18기념재단의 제안으로 열린 이번 설명회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5·18조사위가 공개석상에 나서 조사결과를 설명하고 시민 의견을 듣는 자리다.
다수의 시민은 5·18조사위가 2월 공개한 군·경 피해 조사보고서 내용 중 권 일병 사망사고 조사 결과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직전 일어난 권 일병 사고는 계엄군 발포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전두환 신군부는 시민군 장갑차가 권 일병을 치어 발포했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과 계엄군들은 계엄군 장갑차가 뒤로 후진하며 권 일병이 깔렸다고 증언했고 전두환 회고록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광주지법, 광주고법도 계엄군 장갑차에 의한 사고라고 판단했다.
5·18조사위는 장갑차가 계엄군 장갑차인지 시민군 장갑차인지 특정할 수 없고 총상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있어 권 일병 사고에 대해 진상불능이라고 결정했다.
5·18단체의 전두환 회고록 관련 재판을 지원했던 김정호 변호사는 “조사보고서에는 법원 판결문을 뼈대로 살을 채웠어야 했다”며 “종합보고서에서 바로 잡히지 않는다면 그 부분에 대해 발행이나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광주광역시 동구 전빌딩245에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관계자가 조사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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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조사위의 부정확한 민간인 사망자 분류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5·18조사위는 5·18 당시 방위병이었던 손아무개씨를 군인 사망자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당시 사망한 방위병은 모두 4명으로, 나머지 3명은 민간인 사망자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허연식 조사2과장은 “권 일병 사망사고는 수정, 보완하겠다”며 “손아무개씨는 현충원에 안장돼 있고 군·경 피해자로 분류돼 보상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억지스럽게 민간인 피해자로 편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가장 중요한 사망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5·18조사위는 변명으로만 일관한다”며 “지금의 조사보고서가 정부 문서로 공식화된다면 고치기 힘들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손을 놓는 게 더 낫다”고 비판했다.
2019년 12월 출범한 5·18조사위는 지난해 12월26일 4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의견 수렴을 거쳐 6월26일까지 종합보고서를 작성하면 모든 활동이 끝난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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