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숨진 사람들의 시신을 집단 매장하면서 기도하고 있다. 이 시신들은 집단 매장을 위해 알 시파 병원에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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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북부 가자시티의 알 시파 메디컬 센터, 남부 칸 유니스 시내의 나세르 병원에서 집단 매장된 수백구의 시신이 발견된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커 튀르크는 "집단 매장 시신과 관련한 보도에 경악했다"며 "전쟁 범죄 대부분이 처벌받지 않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 조사에는 국제적인 조사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들은 국제인권법에 따라 전시에도 특별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민간인과 병원 입원환자, 재소자 등 비전투원에 대한 고의적인 살해는 전쟁 범죄"라고 덧붙였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실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다수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시신들이 땅속 깊이 묻혀 있고 쓰레기로 덮여 있었다"며 "사망자 중에는 노인, 여성, 부상자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중 일부는 결박되거나 옷이 벗겨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 병원들의 집단 매장 시신들 발견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려스럽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관련 정보를 요구해 둔 상태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과 그 주변이 이스라엘 공습 여파로 파손돼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알시파 병원에서 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DF는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테러 모의 은신처로 삼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다며, 지난달 18일 알시파 병원을 기습 공격했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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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팔레스타인 민방위대는 지난 22일 이스라엘 군이 지난달 칸 유니스를 점령했을 때 임시로 세운 대형 병원인 나세르 병 안에서 임시로 매장해놓은 283구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시티 최대 의료기관인 알 시파 병원에서도 30여구의 시신이 나왔다. 민방위대는 "매장된 시신 중 일부는 이스라엘 군이 병원으로 진격할 때 살해되었거나 병원을 점거하고 있는 동안에 추가로 살해된 사람들"이라며 "당시에는 IDF 공격으로 사망자를 묘지에 매장할 수 없어서 병원의 뜰에 무덤을 파고 시신들을 묻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스라엘 군 측은 이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잡혀간 인질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군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시신을 매장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조사는 인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만 신중하게 진행됐으며 모두 적법한 예를 갖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 후 이스라엘 인질들이 아니란 점을 확인한 뒤 시신을 이전에 묻었던 곳으로 돌려보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초 가자지구에서 병력을 철수했던 이스라엘 군은 이날 또다시 가자지구 전역에 야포 일제 사격을 실시하고 북부 접경지로 탱크 진입을 시도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 군은 테러 시설과 파괴 분자를 극한의 힘으로 공격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북부 민간인들에게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스라엘 군의 공습에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베이다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망신과 패배만 떠안았다"며 비판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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