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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이버보험 판 커지는데…韓은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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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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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글로벌 카지노 산업의 큰손 'MGM리조트 인터내셔널'이 랜섬웨어(데이터 복구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프로그램) 공격을 받았다. 사업 중단 비용 등 총 피해액이 1억1000만달러(약 1500억원)에 달했지만 이 회사는 최대 2억달러를 보장하는 사이버보험을 통해 피해 비용을 전액 충당했다.

2022년 9월 호주 2위 통신사 옵터스도 사이버 공격을 당해 1000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정부가 내린 과징금과 집단소송비 등 피해 대응 비용으로 9200만달러가 들었는데 보험금으로 7000만달러를 충당했다.

사이버 범죄가 활개를 치고 글로벌 경영자들이 이를 기업 경영의 중요 리스크로 여기면서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고 기업의 눈길을 끄는 상품이 마땅치 않는 등 보험사들의 시장 대응도 활발하지 않아 이 분야에서 존재감을 높이지 못할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이버보험을 출시한 5개 보험사(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의 지난해 사이버종합보험 수입보험료는 129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59억9700만원 대비 2년 새 2배가량 시장 규모가 커졌다. 같은 기간 계약 건수도 57건에서 102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사이버보험 시장의 수입보험료는 2020년 70억달러에서 2022년 130억달러(약 18조원)로 증가했다. 2022년 국내 사이버보험의 수입보험료는 112억원으로 글로벌 전체 시장 규모의 0.1%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이 시장이 앞으로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2025년 수입보험료 규모가 23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국은 사이버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최근 5년 새 연평균 30%씩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사이버 리스크를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는 점은 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보험중개사 에이온이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은 사이버 공격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봤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한국 경영자들은 경쟁 심화와 급변하는 시장 동향 등을 비즈니스 리스크로 꼽았다. 사이버 리스크는 순위에 없었다.

김규정 에이온코리아 사장은 "보험 계약을 통한 리스크 분산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보안 위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도 관심을 갖고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낮은 위기 의식과 달리 사이버 공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사이버 공격 사고 신고 건수는 2022년 1142건으로 2021년 640건 대비 78.4%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66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늘었다. 사이버 공격 사고 대상 기업 중에서는 중소기업이 93%를 차지해 보안 수준이 낮은 영세 기업을 집중 공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정보통신보안윤리학회는 한 해 국내 기업이 7000억원에 달하는 사이버 공격 피해를 보는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사이버보험에 가입한 기업 대부분도 가입보상한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보험 계약 기업의 45%는 중소기업으로, 가입보상한도 15억원 이하의 중소형 계약을 맺었다. 대기업도 통상 200억~300억원으로 하고 있어 전체 계약 중 90%의 보상한도가 300억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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