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 넘어 한글 깨쳐 시집 낸 할머니들
내년 중학교 1년 교과서에 시 4편 실려
“학생들 시 읽으며 부모에 효도했으면”
내년 중학교 1년 교과서에 시 4편 실려
“학생들 시 읽으며 부모에 효도했으면”
김재욱 칠곡군수와 이원순 할머니(오른쪽). <자료=칠곡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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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 우리 교과서에 나왔데이~”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뒤 삶의 애환을 담은 시집을 발간해 감동을 준 경북 칠곡군 ‘할매’들의 시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다.
25일 칠곡군에 따르면 출판사 천재교과서는 2025년부터 사용될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박월선(96)·이원순 할머니의 ‘이뿌고 귀하다’와 ‘어무이’, 고인이 된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의 ‘처음 손잡던 날’과 ‘도래꽃 마당’을 실었다.
교과서는 칠곡군 약목면 복성리 벽화 거리에 있는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수록하고, “70년 넘게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 시로 표현했다”라고 소개했다.
할머니들은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평생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하는 ‘까막눈’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은 칠곡군 도움을 받아 뒤늦게 한글을 깨쳤고, 2015년 ‘시가 뭐고’라는 제목의 시집을 냈다.
칠곡군에는 할머니 시인들의 시가 교과서에 실린 것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 22일에는 김재욱 군수 등은 이원순 할머니를 모시고 교과서 수록을 자축하는 작은 행사도 열었다.
‘80이 너머도(넘어도) 어무이(어머니)가 조타(좋다). 나이가 드러도(들어도) 어무이가 보고 씨따(싶다). 어무이 카고(하고) 부르마(부르면) 아이고 오이야(오냐) 오이야 이래(이렇게) 방가따(반갑다).’ 이날 이 할머니는 자신의 시 ‘어무이’를 낭송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할머니는 “돌아가신 언니들이 교과서에 시가 실린 것을 알면 매우 기뻐했을 텐데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어른들을 공경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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