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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죽음·유혹·환각...연약한 인간의 이야기 ‘죽음의 도시’ 국내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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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내달 23~26일 공연
1920년대 의상·분위기 등 향수 자극
고난도 테너 파울役에 사카·이정환


매일경제

다음달 국내 초연되는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가 22일 서울 서초 N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덕션 미팅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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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국내 초연작 코르골트의 ‘죽음의 도시’가 다음 달 23~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22일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인 제작 회의에서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의 영화 같은 작품”이라며 “강렬하면서도 인간적인 비극 앞에 더 마음이 쓰이고 가깝게 느껴진다. 순간순간 희망이 엿보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원작은 조르주 로덴바흐 소설 ‘죽음의 브뤼주’다. 죽은 아내 마리를 그리워하며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남자 파울이 아내와 똑닮은 무용수 마리에타를 만나며 겪는 갈등을 그린다. 파울은 죽은 아내를 향한 신의와 새로운 유혹 사이에 흔들리다 환각을 겪고, 양심의 가책과 집착은 절정에 치닫는다. 결국 보관하고 있던 죽은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마리에타의 목을 조르기에 이른다. 파울은 정신을 차린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며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1920년에 초연됐는데, 1차 세계대전 이후 죽음과 상실을 경험한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아름다운 음악이 이 작품을 완성한다. 훗날 두 차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 영화 음악에 발자취를 남긴 작곡가 코른골트가 23세에 만든 곡이다. 후기 낭만주의에 영향을 받은 선율과 웅장한 오케스트라 구성이 특징이다. 파울과 마리에타가 함께 부르는 ‘내게 머물러 있는 행복’ 같은 아리아가 유명하다. 지휘자 로타 퀴닉스는 “당시 젊은 청년이 이런 다양한 음악을 상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하다”며 “특히 1막에서 이미지가 확확 바뀌는 부분은 영화 음악과 비슷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수에겐 높은 고음, 강한 체력 등이 요구되는 고난도 작품이다. 오래도록 사랑받았음에도 국내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이유다. 이번 무대에선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이 파울을,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와 오미선이 마리·마리에타 역을 맡았다. 최상호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의 사명 중 하나는 새로운 목소리와 얼굴을 찾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가수들에게도 기회를 줌으로써 저변이 넓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로덕션은 연출가의 의도를 개입시킨 현대화보다는 작품이 초연됐던 1920년대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된다. 샤바스는 “무대를 통해 20세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며 “무대 위 공간은 환각의 느낌을 가미해 주인공 파울이 최악의 악몽을 경험하는 장소로 그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니콜스는 작품에 대해 “역사적 사건이나 신화적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이 작품 속 파울과 마리에타는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실존하는 인물로 느껴진다”며 “인간적 고민을 하는 현실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대서사적 음악과 풀어내는 게 굉장히 신나는 도전”이라고 소개했다.

매일경제

다음달 국내 초연되는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에서 주인공 파울과 마리에타 역을 맡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왼쪽부터). 사진제공=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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