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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조선업 호황 뒤 숨은 눈물…"사망사고 2배, 의식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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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소 내 한 현장 안전관리자의 뒷모습. /사진=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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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운항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의 75%가 한국산일 정도로 확고한 기술 경쟁력과 정부의 정책 뒷받침으로 조선업은 전례없는 호황기다. 그러나 조선업 근로자의 사망률은 다른 산업의 2배에 달한다. 정부의 지원 강화와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병행되고 있지만 현장 근로자의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 사망사고만인율은 지난 2022년 기준 0.86‰로 전체 산업 평균 0.43‰의 두배다. 전체 제조업 사망사고의 6.3%에 불과해 적은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인구 1만명당 사고사망자수(사망사고만인율)에서 알 수 있듯 조선업 현장의 안전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실제로 사망사고는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최근 5년간 △50인 미만 사업장 38명(67.9%) △50인 이상 사업장 18명(32.1%)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5~49인 이하 사업장에서 29명 사망해 전체 조선업 사고사망자의 51.8%를 차지한다.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 등 중소 사업장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정부 주도로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을 이끌어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이중구조 격차를 해소하면서 안전·보건 문화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로자가 위험요인을 스스로 인식하고 개선하며 불안전한 행동을 줄인다면 정부 지원과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합쳐져 더 큰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조선업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떨어짐' 사망사고는 근로자가 작업 환경에서 '위험을 인지'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지난해 전남에서는 지상에서 1.65m 높이의 작업발판에서 재해자가 선박 용접을 하다 떨어져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불과 1.65m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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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소 내 한 공정에서 근로자들이 고소작업대를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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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짐 사고는 '높이'가 있는 공간에서 작업하는 만큼 근로자가 위험을 인식하고 있지만 개인이 느끼는 높낮이 수준에 따라, 혹은 작업 속도를 내기 위해 근로자가 최소한의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아 발생한다.

한 안전보건 전문가는 "작업 환경에 따라 사람이 1m 높이에서 떨어져도 사망할 수 있는데 평균 성인 키보다 낮은 높이다 보니 근로자가 안전모나 안전 벨트 등의 기본적인 장비를 착용하지 않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 개인의 안전문화 의식 개선과 함께 기업의 안전 교육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조선업 불황 시기의 구조조정 등 숙련 인력 이탈과 급증한 수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최근 저숙련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 등 산재 취약계층이 다수 유입되고 있어서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국적과 언어가 더욱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안전보건공단의 지원과 개별 회사서 개발한 다국어 교재를 통해 안전 교육을 확산하고 있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한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자는 "한국어와 외국어를 변화해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고소 작업에 쓰는 '비계(飛階)'를 번역했더니 '돼지 비계'로 변환해줬다"며 "지금과 같이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사용하는 근로자를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의 안전문화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참여도 필수적이다. 대형 조선사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조선소 안에 있는 협력업체들과는 안전과 관련한 중요성에 대해 소통하고 확인하고 조언할 수 있는데 사외 협력업체의 경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인식 개선은 자연스런 행동 변화를 유도한다. 특히 안전 문화가 조성되면 사람의 목숨도 살릴 수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앞에서 끌고가며 함께 가자는 시그널과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한 안전보건 전문가는 "AI(인공지능)과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안전 설비 분야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현장에 적용되고 있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 많은 조선업은 근로자 스스로가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내국인과 외국인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정부와 대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현실적 지원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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