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뉴피니언에 의뢰해 17~19일 진행한 MMS(multimedia messaging service)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응답자의 ‘감정 온도’(호감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 온도(Feeling thermometer)란 특정 대상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감정을 0도, 매우 긍정적 감정을 100도로 설정한 뒤 응답자의 선택 값을 평균화한 수치로 정치·사회학 조사에서 주로 쓰이는 기법이다. 특정 인물이나 집단·국가 등에 대한 호감·비호감 정도를 단순히 긍정·부정으로 양분하지 않고 구체적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 쓰인다. 1960년대 미국에서 각종 정치·사회 연구에 본격적으로 쓰인 뒤 다양한 조사에서 활용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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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에 대한 전체 응답자의 감정 온도는 33.5도로 이재명(43.1도), 조국(41.7도) 대표보다 낮았다. 한동훈(42.2도)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39.0도) 개혁신당 대표의 감정 온도도 윤 대통령을 상회했다. 감정 온도를 기준으로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더 차가웠던 만큼 ‘이조 심판론’보다는 정권 심판론이 유권자에게 통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사 대상인 정치인 감정 온도가 모두 50도 이하라는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강하다는 의미”라며 “양극단으로 나뉘어 상대 정치세력을 강하게 배격하는 정치 문화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8년 미 대선을 앞둔 갤럽의 유사한 조사에서 오바마의 감정온도는 55.6도였다.
박경민 기자 |
2022년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이들의 ‘변심’도 이 대표에게 투표했던 응답자보다 더 두드러졌다. 2년 전 이 대표에게 투표한 응답자의 ‘이재명 감정 온도’는 67.1도였다. 반면 윤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응답자의 ‘윤석열 감정 온도’는 55.7도에 그쳤다.
연령별로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감정 온도는 18~29세(35.9도), 60대(37.7도), 70대 이상(49.9도)에서 평균치보다 높았지만, 30대(31.0도), 40대(24.9도), 50대(25.7도)에서는 낮았다.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 투표층의 윤 대통령에 대한 감정 온도는 36.4도였다. 이재명(30.2도)·조국(28.8도) 대표보다는 소폭 높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물음에 대해 개혁신당 투표층의 72.0%가 동의한다고 응답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0%에 그쳤다. 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만을 말한다’는 질문에도 개혁신당 투표층의 76.0%가 동의, 비동의는 16.0%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
더불어민주연합 투표층과 조국혁신당 투표층간의 인식차도 두드러졌다. 조국혁신당 투표층의 민주당에 대한 감정온도는 67.8도였지만, 더불어민주연합 투표층의 조국혁신당에 대한 감정온도는 53.5도에 불과했다. 양당 대표에 대한 감정도 차이가 있었다. 조국혁신당 투표층의 ‘이재명 온도’는 64.3도였지만, 더불어민주연합 투표층의 ‘조국 온도’는 54.8도로 더 낮았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가 이번 총선을 강타했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조국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민주당에 대한 반감보다는 검찰에 대한 더 선명한 공세, 윤 대통령에 대한 더 강한 반감 등을 이유로 민주당을 이탈한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조국혁신당을 파트너로 인정하면서도 조국 대표에 대한 의구심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조국혁신당의 선명성을 다소 지나치다고 보는 일부 민주당 지지층의 여론이 이번 조사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여론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주식회사 뉴피니언에 의뢰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0명(SKT·KT·LGU+ 통신 3사 무선 가입자)을 대상으로 17~19일 모바일 웹조사(MMS)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KT·LGU+ 가입자 중 정보 제공 수신 동의를 받은 자체 구축 패널 4만5884명(81%)과 SKT 가입자 구매 패널 2만469명(19%)를 표집해, 2024년 3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에 맞춰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 할당 방식으로 추출했다. 응답률은 38.7%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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