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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강릉 시민들이 힘 보탰다”...급발진 의심 사고 재연 시험차 빌려주고, 위험 운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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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릉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지난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기종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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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처음으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진행됐다. 과거 급발진 의심 사고로 동승자인 초등학생 손자가 숨지고 운전자인 할머니가 재판을 받은 사건과 관련돼 있다. 이에 강릉 시민들이 진실 규명이 조속히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강원 강릉시 회산동 소재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재연 실험이 진행됐다. 이 시험은 지난 2022년 12월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이도현군(당시 12세)의 가족이 요청한 것이다.

이날 시험은 사고 차량과 같은 티볼리 에어(2018년식)에 자동차 제조사 KG모빌리티가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시행됐다. 경찰이 도로 통제에는 협조했고, 법원이 파견한 전문 감정인이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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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TBC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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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당초 수천만원을 들여 사고 차량과 같은 기종을 구입하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은 소비자가 입증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식을 접한 강릉시민 A씨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차량을 내줬다.

재연 시험이 진행되는 구간이 500m가 넘어 완벽한 통제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선 전국모범운전자회 강릉지회가 도왔다.

또 사고 위험이 커 운전자를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문 면허를 가진 강릉시민 B씨가 나타났다.

재연 시험 차량은 2차선이 모두 통제된 도로를 따라 쭉 달렸고 안전을 위해 경찰차가 뒤따랐다. 이에 2시간가량 일부 도로를 이용할 수 없었지만, 그 누구도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간절한 마음으로 재연 시험을 응원했다.

이번 감정은 사고 당시 차량에서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풀액셀’을 밟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험은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가정했고, 마지막으로는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를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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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시 회산동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이 사고로 운전자 할머니(60대)가 다치고 동승자 이도현군(당시 12세)이 사망했다. [사진 = 강릉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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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결과 이씨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할 수 있는 결론이 나왔다고 봤다. 국립과학수사대의 발표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앞서 국과수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을 토대로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마지막 실험 때 110㎞에서 풀 엑셀을 5초 동안 밟았는데 135~140㎞ 정도가 나왔다. 이는 전문 감정인 분석치(시속 136.5㎞)와 유사했으나, 국과수 분석치(116㎞)보다는 20㎞나 더 높은 수치”라며 “이에 따라 EDR 신뢰성이 상실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씨는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분명히 증명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도로를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화도 나면서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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