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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차 선뜻 빌려주고 운전 지원…강릉 급발진 '재연 시험' 도운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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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지난 19일 사고 차량과 같은 연식으로 진행
시험 운전자 역시 전문 자격증 갖춘 시민이 나서
현장 시민들도 경찰, 모범운전자회 통제 잘 따라
이상훈씨 "진실 규명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노컷뉴스

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당시 12살 이도현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판가름할 '재연 시험'이 19일 진행됐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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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당시 12살이었던 이도현 군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지난 19일 진행됐다.

다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현장 감정이 별 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강릉시민들의 숨은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번 감정은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중 현장에서 실시한 첫 재연 시험으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사고 당시 차량과 같은 연식의 차량으로 진행한 만큼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 상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소비자가 입증하도록 돼 있어 이번 재연 시험은 전적으로 운전자 측이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이에 도현 군의 아버지인 이상훈 씨는 당초 수천만 원을 들여 사고 차량과 같은 기종을 구입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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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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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한 강릉시민이 시험 중 차량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차량을 선뜻 내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또한 재연 시험 과정에서 500m가 넘는 구간을 통제하기에는 경찰의 협조만으로는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었지만, 전국모범운전자회 강릉지회가 자발적으로 나서고 시민들도 통제에 잘 따르면서 별 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특히 당시 사고 상황을 재연하는 과정이라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운전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이 역시 전문 면허를 가진 강릉 시민이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깝게 숨진 도현이의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하루빨리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재연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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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을 지켜보고 있는 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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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전자 A씨 측(원고)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 6천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원고 측이 요청한 '사고 현장에서의 가속페달 작동 시험'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사고 현장인 강릉시 회산로에서 재연 시험이 이뤄졌다. 앞서 발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분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제조사(피고)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부착해 실시했다.

차량 RPM과 속도 변화 등을 측정함으로써 차량에 결함이 없었다는 기존 국과수의 분석을 뒤집겠다는 것이 원고 측의 입장이다.

이번 감정은 사고 당시 차량에서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풀 액셀'을 밟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험은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가정했고, 마지막으로는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를 재연했다.

시험 결과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이에 원고 측은 이날 측정된 차량 RPM과 속도 변화 등을 통해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할 수 있는 결론이 나왔다고 보고 있지만, 정확한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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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시험을 마친 후 운전자(원고) 측 변호인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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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감정을 마친 후 "국내 최초로 급발진 사고 발생 현장 도로에서 실제 상황하고 거의 같은 조건에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한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험에서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도로 주행 상황을 재연하는 것이 사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렵지만 강릉경찰서의 협조와 강릉시민 여러분들의 협조가 있었기에 유일하게 가능했던 것 같다"며 "이번 재연 시험을 잘 마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많았지만 시민들께서 경찰의 통제를 잘 따라주셨기에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분명히 증명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501일 전에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이 도로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화도 나지만, 왜 이렇게까지 소비자가 해야 되는지 다시 한 번 정말 마음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진실된 원인을 규명하고 싶은 이유 한 가지로 시작된 이 싸움이 이렇게 커질지도 몰랐고 이렇게 힘들게 싸워가야 될지도 몰랐다"며 "이왕 시작한 싸움이 어떤 결론이 나든 저는 진실은 분명히 규명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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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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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타고 있던 12살 손자 도현 군이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이에 유족들은 지난해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5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전히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자동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이씨는 "21대 국회에서 제조물 책임법을 개정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음에도 제조사의 눈치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하지 않았다"며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가 남아 있으니 반드시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 이번에 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에도 재차 청원하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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