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서남부 레암항 부두에 중국 군함 2척이 정박한 모습을 담은 위성사진. 사진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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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지난해 12월 캄보디아 레암항 해군기지에 들어온 중국 해군 함정 2척이 4개월 넘게 정박해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AMTI 측이 인공위성 촬영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군함은 지난 1월 15~18일, 3월 29~30일 항구를 잠시 떠났을 뿐, 내내 이곳에 머물렀다. AMTI는 "이 군함들은 레암항에 중국의 자금으로 건설된 새 부두에 정박한 최초이자 유일한 배"라며 "레암항에 기지를 둔 것으로 보이며, 단순한 방문이나 훈련이 아니다"고 보고서에서 설명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정부가 중국군에 (레암항을 이용할) 독점적인 권한을 준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수년간 우려해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직 레암항이 중국의 해군 기지가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앞으로 몇 달, 몇 년에 걸쳐 확인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레암항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보도는 수차례 나왔지만, 중국과 캄보디아 정부는 이를 부인해왔다. 지난해 12월 테아 세이하 캄보디아 국방장관은 중국 함정이 레암항 부두에 정박 중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캄보디아 해군 훈련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캄보디아는 중국군과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금룡(골든 드래건) 2024' 훈련을 준비 중이며, 훈련의 일부는 해상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2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바삭강 다리 건설 기공식에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앞줄 오른쪽)와 왕원톈 주캄보디아 중국대사(앞줄 왼쪽)가 참석했다. 바삭강 다리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 건설됐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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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체임버스 태국 나레수안대학 아세안공동체 연구센터 교수는 "중국이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레암항에 반영구적으로 군함을 배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캄보디아에 거점을 마련하는 일은 남중국해 및 미얀마, 라오스 등 인근 국가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이탈리아 싱크탱크 국제정치연구소(ISPI) 역시 "중국은 캄보디아를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며 우려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캄보디아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 데 수년째 공을 들이고 있다. 호주국립대 동아시아포럼은 "중국은 외국인 직접 투자, 인프라 건설 등 경제적 지원을 해준 것은 물론 미국이 인권 문제 등으로 캄보디아 훈센 전 정부를 비판할 때도 훈센을 지지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캄보디아를 지원해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훈센 총리에 이어 지난해 8월 그의 장남 훈 마넷이 집권한 이후에도 중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공고하다. 다만 중국과의 지나친 밀착으로 캄보디아가 '부채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ISPI는 "현재 캄보디아의 부채는 100억 달러(약 13조79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41%는 중국에 진 빚"이라고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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