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의대생 집단 유급·교수 사직’ 초읽기… 총장들, 증원 새 해법 제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의대 증원 갈등] “증원분의 50~100% 자율 모집”

조선일보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대하며 사직한 전공의들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에 대한 고소를 예고하는 등 의정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소재 대학 병원에서 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개 국립대 대학 총장들이 정부에 내년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 배경에는 ‘의대생 집단 유급’과 ‘교수 집단 사직’이라는 파국을 막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내 갈등도 극심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국립대 총장들은 “2000명 증원은 꼭 필요하다”고 외쳐왔는데, 증원 규모를 줄여서라도 갈등을 봉합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 역시 더 이상 의대 교육과 의료 현장 파행이 지속되면 안된다는 판단으로 이들의 건의안을 적극 검토해 그 결과를 19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립대 총장은 “문제가 하나라도 터지면 결국 정부와 의료계가 끝장 대결을 볼 때까지 가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 건의가 중재안 역할을 해서 의정 협의가 열리고 갈등이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대학과 교육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다. 의대생들은 지난 2월부터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데, 수업에 결석해 유급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학들은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휴강해왔는데, 더는 미룰 수 없어 현재 40개 의대 중 30곳이 수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 대부분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있어 다음 달이면 의대생 집단 유급이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도 곧 현실화된다. 현재 전국 40개 의대에서 3000~4000명의 교수가 지난달 25일을 전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법상 전임 의대 교수는 사표를 낸 지 한 달이 되면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자동 사직’ 처리가 된다. 실제 대학총장에게 사표를 제출해 오는 25일부터 자동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교수는 1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대학병원을 떠나면 심각한 ‘의료 대란’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의대 증원 갈등이 지속되면서 수험생 혼란도 크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입시가 임박했는데 계속 갈등이 지속되면 피해가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이 때문에 국립대 총장들끼리 모여 논의 끝에 정부에 건의하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올해 신입생들이 집단 유급하면 내년에 최대 8000명이 같이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면서 “그런 일만은 막아야 하기에 총장들이 건의한 것을 잘 검토해서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가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면 내년 의대 증원분은 최대 1000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 교육계에선 증원분을 많이 배정받은 국립대 위주로 규모를 줄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전국 40개 의대 중 서울 지역 8곳을 제외한 나머지 비수도권·경인 지역 32개 의대에 2000명을 배정했다. 특히 국립대 정원은 대폭 늘어나 전체 9곳 중 7곳의 내년도 모집 정원이 200명에 달한다. 서울대 의대 정원(135명)보다 더 많아지는 것이다.

실제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립대 총장들은 증원분의 50% 정도 줄일 의사를 밝혔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과 논의해봐야겠지만, 정부가 건의를 받아주면 50%까지만 뽑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강원대는 증원분 83명을 배정받았는데, 40명 정도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도 “50%까지 줄여 뽑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번 정부 건의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도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서라면 의대 정원을 조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우리 대학은 50명 안팎의 증원으로 내년도 의대 정원이 100명”이라며 “국립대처럼 증원 폭이 크지 않지만, 정부가 방침을 정하고 그게 갈등을 해결할 씨앗이 된다면 10명 정도는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표태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