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은퇴 앞둔 박부장, 빚만 9000만원”...‘여기’에 돈묶여 노년 살림살이 팍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위, BCG서 ‘인구금융’ 보고
인구따른 금융변화 21가지 검토
고령층 현금없어 소비여력 저조
보험등 “日의 장미빛 상황과 달라”
투자·자산관리 위험회피 성향 커지고
혁신 금융상품 도입도 지체될듯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이 내년에 초고령사회(65살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로 진입하지만 보험·헬스케어 등 ‘실버 이코노미(고령자 대상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 노령층은 부동산 위주의 자산구조, 은퇴 시점에 평균 1억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어 노년 시기 소비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금융권이 차세대 수익원으로 요양시장을 겨냥 중인 것과는 엇갈리는 예측이라 주목된다.

17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출범한 금융위원회 미래대응금융 태스크포스(TF)에서 ‘인구변화와 금융산업’ 보고서를 발표하며 출생자·생산인구 감소, 고령인구 증가, 비혼·1인가구 증가, 지방인구 감소 등이 개인·기업금융에 미칠 변화를 21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TF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인구변화에 따른 금융 흐름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금융정책의 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TF에선 한국은 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지만 출생자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세가 일본보다 가파르다는 점에서 우리 특성에 맞는 인구금융 비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 BCG 역시 “한국과 일본의 고령층은 자산구성 및 수준에 차이가 있어 서로 다른 성장 곡선을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보험·헬스케어 산업이 장및빛만은 아닌 미래”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요양시장은 2022년 기준 100조원 규모로 한국의 약10배 수준으로 추산된다. 보험사뿐 아니라 비금융 대기업도 인수합병(M&A)를 통해 실버산업에 진출해 수익을 거두자 국내 보험사를 중심으로 일본 모델을 살피고 있다.

하지만 BCG는 “한국은 노령층 소비여력이 낮아 실버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평균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 포함 비금융자산 비중이 64%이고, 부동산 구매 시 대출 비중이 높다. 또 한국인은 은퇴 시기 평균 부채가 9000만원이지만 평균 연금수령액은 겨우 62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인은 금융자산 비중이 63%를 차지하고, 은퇴 당시 부채가 없는 경우가 다수에 평균 연금액도 200만원대라 유동성이 커 소비가 가능하다.

또 한국 노령층은 통장에 많은 돈을 오랫동안 묶어두고 싶은 마음과 현금보유 여력이 낮은 현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BCG는 한국이 위험을 회피하는 보수적 투자성향 우위 국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고위험·고수익 성향의 청년층(20~40대)은 30%로 줄어들고, 노령층이 70%가 된다. BCG는 “청년층의 높은 리스크 성향을 반영하는 금융분야는 정책·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이 금융시장 선진국과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시장에서 신규 투자 자산이 도입돼도 한국은 새 자산에 투자할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대상이 소수층에 머물 것으로 봤다. 가상자산 제도와 관련해 한국이 미국, 유럽과 비교해 후발주자에 위치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청년층의 취업 시기가 계속 늦어지는 점도 주목했다. 취업은 사실상 금융신용도를 쌓는 출발점이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1998년 대학 졸업 신입사원의 평균 나이는 25.1세였지만 2020년엔 평균 31세다. 최근엔 인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젊은층도 많다. 이 때문에 청년층은 체크카드처럼 신용이 불필요한 수단이나 낮은 한도의 신용카드만 이용하는 계층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BCG는 “정작 금융이 필요한 청년에게 금융 접근성 자체가 감소할 위기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배달라이더, 물류센터 아르바이터처럼 ‘긱워커’가 보편화 되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긱워커란 고용주의 필요에 따라 단기로 계약을 맺고 일회성 일을 맡는 노동자를 말한다. 긱워커는 일급이나 주급 생활자인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지출 규모 및 주기도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다. 월급 근로자가 주고객군으로 대출 상품 등을 만들어왔던 시스템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금융 측면에선 은행의 대출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고령사회에선 위험부담을 안고 돈을 빌려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 자체가 적어지고, 기업도 해외 직접 생산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