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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120] 내일은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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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이라는 기록영화는 기근으로 어려움을 겪던 에티오피아를 돕기 위해 만든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라는 노래의 제작 과정을 담았다. 마이클 잭슨과 라이어널 리치가 공동으로 작사·작곡하여 1985년에 발표한 이 노래는 내로라하는 당대의 여러 팝 스타가 참여해 큰 화제가 되었다. 영화에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화합을 이뤄 함께 녹음하는 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 영화를 보며 그때 감동이 떠올라 추억에 젖기도 하고,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노래 탄생 배경에 새삼 경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가수들이 모여 의미 있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매년 개최한 환경보호 콘서트 ‘내일은 늦으리’가 그것이다. 1992년 조선일보사가 주도한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서 촉발된 이 콘서트는 넥스트, 서태지와아이들, 윤종신, H.O.T 등 당대 톱스타들이 참가하여 대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제1회 콘서트는 무료로 배포한 입장권이 20분 만에 동이 날 정도였다. 태양, 산, 호수를 각각 상징하는 빨간 원, 녹색 선, 파란 타원으로 구성된 마크는 제1회 ‘내일은 늦으리’ 음반의 표지로도 활용되었다.

환경보호라는 취지가 돋보인 이 콘서트는 당대 최고 인기 가수들이 의기투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해마다 이 콘서트에 참여한 가수들은 발라드, 록, 댄스음악 등 다양하게 창작한 노래를 공연에서 선보이고 음반에도 수록하였다. 가사를 곱씹으며 들으면 오늘날 상황을 예견한 듯한 노래가 꽤 있다. 신승훈의 ‘잃어버린 하늘’에서 “파란 하늘은 왜 어두운 회색빛으로 어두운 밤하늘엔 별빛이 왜 보이지 않나”라며 환경 훼손의 심각성을 경고한 것이나, 도입부의 한숨 소리와 무반주가 인상적인 015B의 ‘철이를 위한 영가’에서 “결국 남겨진 건 희뿌연 하늘과 수북이 쌓인 쓰레기 무덤”이라며 암울한 미래상을 그린 것이 그러하다.

특히 많은 이가 기억하는 노래는 신해철이 작사하고 작곡한 ‘내일은 늦으리’의 주제 합창곡 ‘더 늦기 전에’다. 5분 40초 동안 펼쳐지는 장중한 록발라드인데, 콘서트에 참가한 톱스타들이 함께 녹음하여 의미를 더했다. 콘서트의 대단원을 장식한 이 노래를 연주하고 합창하는 그들 모습은 지금 봐도 가슴이 벅차다.

그때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올봄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황사 소식으로 시작하였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은 후손에게서 빌려온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더 늦기 전에’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밤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주오.”

[장유정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원장·대중음악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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