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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홍콩 ELS' 자율배상 시작했지만...곳곳에서 암초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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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ELS피해자들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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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자율배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자들의 '배상안 철회' 국민동의청원은 1만명을 넘었고, 검찰에 은행을 대상으로한 고발장도 접수됐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5일부터 홍콩H지수 ELS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 절차를 개시했다.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부터 순차적으로 문자 등을 통해 배상 절차와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맞춰 가입자별 가산·차감 요인을 적용해 산정한 배상 비율과 배상액을 개별 고지한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첫 배상금 지급 사례는 빠르면 이달 안에 나오게 된다.

당초 국민은행은 만기 여부와 상관 없이 홍콩 H지수 기초 ELS 녹인(Knock-In) 발생 계좌를 보유한 전원에게 배상 안내를 하고, 자율배상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손실액 산정이 불가능한 만기 미도래 투자자의 문의까지 쇄도하는 등 영업점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전체 안내를 취소했다.

실제 배상에 들어간 은행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일부 고객들에게 배상금 지급을 마쳤다. 이들 중엔 ELS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신한은행 직원들도 포함됐다. 일반 고객과 배상비율 합의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자사 은행원 대상 배상을 먼저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은행은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상안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등 구체적인 배상 비율을 산정하는 전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29일에는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전날 자율배상위원회에 상정된 개별 자율배상안을 심의·의결하고 일부 투자자에게 배상금 지급이 이뤄졌다. 우리은행도 지난 12일부터 만기 고객이 발생하면서 개별적인 배상 안내를 한 뒤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 구성을 앞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일부 배상이 진행됐고, 본격적인 배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은행권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율배상에 대한 투자자의 반발이다. 지난 9일 시작된 '홍콩 ELS 사태에 대한 피해 차등 배상안 철회 요청'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자 수는 이날 1만명을 넘겼다. 지난 3일에는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서울 중앙지검에서 금융사와 금융당국 관계자 16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배임·횡령, 업무상 배임·횡령, 사기) 위반과 직무 유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아울러 배상 비율을 책정하는 방식에도 불만을 제기했다. 각 은행들은 본사에서 가입자의 나이·가입금액·가입 횟수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상 비율과 배상액을 결정한다. 이는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것으로 평균 배상 비율은 약 40%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투자자들은 이 과정이 합의가 아닌 일방적 제안이라고 지적한다.

한 홍콩 ELS 투자자는 "직접 서류상의 조작, 설명의무 위반 문제가 담긴 증거들을 가져갔는데 배상 비율 조정에 반영이 안 된다고 했다"며 "은행이 쓰는 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됐는지, 멀쩡한 수치를 쓰고 있는지 몰라서 고객 입장에선 '불통'의 배상안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실망이 큰 만큼 높은 배상 비율을 원하다보니 은행이 산정한 배상 비율 결과와 간극이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며 "차후에 금감원 분쟁조정위나 사법절차로 가게 되면 은행도 좋을 게 없기 때문에 투명하고 신중하게 배상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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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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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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