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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연금 100만원은 돼야"vs"솔깃하지만 개악"…시민 500인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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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4일 KBS 1TV로 생방송된 '연금개혁 공론화 500인 회의'에서는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가 제시한 2가지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두고 숙의토론이 이뤄졌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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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더 내고 더 받을 것이냐, 조금 더 내고 그대로 받을 것이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추진하는 공론화에 참여 중인 500명의 시민들이 14일 이같은 두가지 개혁 방안을 두고 진행된 숙의토론회에 참여했다. 연령별·성별·지역별 인구 비례에 맞춰 선발된 이들 시민대표단은 총 4차례(13~14일, 20~21일) 숙의토론을 거쳐 연금개혁 관련 6가지 의제에 대한 의견을 설문조사를 통해 내놓을 예정이다.

숙의토론 2일차인 이날은 ‘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 조정’ 등 모수개혁 관련 의제가 다뤄졌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현재 9%)과 소득대체율(2028년 기준 40%)을 조정하는 방식의 개혁으로, 얼마를 납부하고 얼마를 받을지를 정하는 작업이다.

앞서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에 제시할 개혁안을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2안(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 등 2개로 압축했다. 1안은 ‘많이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성 강화에 방점을 둔 안이고, 2안은 ‘조금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중시한 안이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양측 전문가들의 입장은 첨예하게 부딪혔다. 1안을 지지하는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인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현재 2030세대가 26년 정도 가입한다고 가정하면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은 월 66만원 정도”라며 “이걸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가입기간도 늘리는 노력으로 100만원 가까이 노후 생활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늘어나는 보험료 부담에 대해서는 “근로 소득에만 부과하는 재원 확보 방안을 전환하면 된다”며 “세계 최대 규모인 기금 수익률을 적절히 반영하고 국고를 투입하면 보장성 강화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장성 강화파는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재정계산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추산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가 진행돼도 정부가 특별히 대응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재정계산 결과가 나왔다”며 “고령화에 국가가 적극 대응한다고 가정하면 기금 고갈도 뒤로 미뤄지고 그 이후 적자도 해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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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안 2개 압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



반면 2안을 지지하는 재정 안정 측 전문가들은 1안이 재정을 불안정하게 할 거라 우려하며, 노후 소득은 기초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 제도로 강화하는 게 낫다고 맞섰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보험료 대신 국고로 (국민연금 재정을) 지원하면 된다는 달콤한 말을 들으면 솔깃하지만,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소득대체율 50% 인상안은 재정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키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또 “초고령사회가 되면 의료비, 돌봄비 등 사회정책 비용을 엄청 써야 하는데 생산인구가 연금보험료를 지불하면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연금 재정을 제대로 점검하는 게 미래 세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은 노동시장의 지위와 연동된 제도라 젊을 때 소득이 많고 가입기간이 길면 연금액도 많다”며 “진짜 노인빈곤에 대응하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닌 기초연금을 어떻게 더 두텁게 해줄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위는 4일간의 시민대표단 토론회를 마친 뒤 22일 설문조사 결과를 포함한 토론회 주요 결과를 발표한다. 연금특위는 이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나온 개혁안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연금특위는 21대 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29일 전까지 개혁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입법 절차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연금특위 소속 의원 중 대다수가 총선에서 낙선해 개혁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금특위 위원 13명 중 여야 간사인 유경준·김성주 의원을 포함해 7명이 22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지난 2022년 구성된 이후 2년 동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특위가 한달여만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위가 공론화 결과를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세부 숫자를 두고 재차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있다. 한 연금특위 관계자는 “특위가 공론화 결정을 그대로 받아 법을 고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이 어떤 방향을 더 선호하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특위에서 구체적인 요율은 조금씩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론화위가 압축한 두 가지 개혁안은 기금 고갈을 7~8년 늦추는 정도의 효과만 있어 ‘개혁’이라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재정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인 연금연구회는 지난 3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는 안을 시민 숙의토론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회는 해당 안이 “대다수 연금 전문가의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재정 안정에 가장 효과적인 안”이라며 이를 배제한 공론화위 결정을 비판했다. 공론화위가 제시한 1안이 실행되면 오히려 약 702조원의 누적적자(2093년까지 매년 발생할 적자를 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수치)가 추가된다는 게 연구회의 분석이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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