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본과 오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일대에 외국 함정의 항해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놨다. 쿠릴열도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다시 강조하며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일본을 견제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지난 11일 오후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쿠릴열도 인근 해역에서 외국 함정의 무해통항권(외국 선박이 특정 해역에서 연안국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 조건으로 통항할 권리)을 중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러시아 정부의 조치는 이날부터 시작됐으며, 오는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러시아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일본에서는 러시아가 쿠릴열도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다시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
쿠릴열도는 일본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반도 사이에 위치한 군도로, 양국이 오랜 기간 영유권 분쟁을 벌였다. 일본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당시 이 곳의 영유권을 포기했으나, 그 뒤 남쪽 4개 섬(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을 ‘북방영토’라 부르며 실효 지배중인 러시아에 반환을 요구해왔다.
일본은 북방영토를 외교적으로 반환받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적잖은 자금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자, 러시아는 북방영토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다시 강조하며 일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이번 쿠릴열도 항해금지 조치도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일본의 움직임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일 양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무기 공동 개발·생산, 미군과 자위대의 지휘통제 연계 강화 등 군사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바 있다. 러시아 외무성은 미·일 군사협력 진화를 두고 “북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향후 아시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 외무성 측은 이날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기에 이번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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